시민 불신 자초한 ‘혈세 낭비’ 정책…특혜 의혹 재점화
교부세 1조494억원·전년 대비 367억원 감소…지방채 한도 소진·교부세 급감
특정 언론사 건물 매입 집착…200억 투입·9월 대전시의회 심의 통과 후 강행 수순
![이장우 대전시장이 2024년 6월 12일 청년내일재단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사진= 대전시]](https://cdn.goodkyung.com/news/photo/202508/270589_239648_1221.png)
재정 위기 속 대전시가 200억원대 언론사 건물 매입 사업을 강행하려 하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해 특혜성 논란 끝에 무산됐던 같은 사업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 불통 행정’이라는 비판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대전시는 이미 지방채 발행 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올해 지방교부세는 전년 대비 367억원 줄어든 1조494억원에 그쳤다. 국세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 축소로 시 재정 상황은 사실상 비상 단계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주요 대형 프로젝트의 일정 지연과 사업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축재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시는 언론사 건물 매입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려 하고 있다.
대전시는 청년내일재단 청사 확보를 명분으로 서구 갈마동 소재 특정 언론사 소유 건물을 매입하려 한다. 이 건물은 대지 3010㎡, 연면적 5290㎡(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노후 건물로, 매입비 131억원에 리모델링비 60억~80억원을 더해 총 2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을 ‘특혜성 매입’으로 규정해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해당 건물이 애초 청년재단과 청년활동공간이 입주해 연간 1억원이 넘는 임차료를 지급해온 곳이라는 점, 매입 검토 대상이 사실상 단 한 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 “감정평가액이 곧 매입가 아냐” 시 해명에도 투명성 의문…이장우 시장 결단 해야
대전시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전시의회 동의와 협상 과정을 거쳐 최종 매입가가 정해진다”며 “감정평가액이 곧 매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감정평가협회 추천을 받아 3개 기관이 감정평가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왜 특정 언론사 건물만을 집착적으로 매입하려 하는가’라는 본질적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논란 당시 감정평가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의문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대전시가 청년정책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도 기존 청년공간 활용 가능성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청춘너나들이, 대전창업허브 등 청년 관련 공간이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새 건물을 매입하려는 것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 세금으로 특정 언론사 건물을 매입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행정은 결국 불신만 키울 수밖에 없고, 이장우 대전시장이 직접 결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오는 9월…대전시의회 심의 쟁점
이번 사안은 오는 9월 정례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이금선)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매입 여부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여러 검증 절차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핵심 쟁점은 ▲'공유재산관리계획' 매입이 반드시 공유재산으로 관리돼야 할 불가피성이 입증됐는가 ▲'지방재정투자심사' 예산 투입 대비 편익 분석과 대체 방안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가 ▲'매입 후 OPEX(운영·유지비) 추계' 10년 단위 운영·관리비 포함 총비용 분석이 제출됐는가 ▲'대체안 비교표' 기존 유휴 공공청사 활용, 임차 전환 등 다른 방안과의 객관적 비교가 제출됐는가
이러한 검증 과정이 생략된 채 매입이 추진된다면 의회가 단순 통과 절차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본질이 단순한 건물 매입 여부가 아니라, 청년 정책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매입비와 리모델링비만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생애주기비용(LCC) 기준의 종합적 비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옥 매입안' 매입비 131억원 + 리모델링비 60억~80억원 + 연간 운영·유지·인건비 × 10년 = 최소 250억원 이상 ▲'대체안' 기존 청춘너나들이, 대전창업허브, 유휴 공공청사 활용 리모델링 및 임차 전환 시나리오 → 수십억원 단위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청년 정책 공간 확보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은 별도의 재산 매입이 아니라는 것이다.
◇ 정보공개 청구 통한 투명성 확보
이번 매입 추진 과정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특정 건물 매입만을 전제로 한 검토가 아니라면 대전시는 다른 매물 검토 여부, 제안요청서(RFP) 발송 기록, 후보지 평가표 등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는 시민 누구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시가 이를 충실히 공개하지 않을 경우 ‘짜맞추기 매입’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 위기 상황에서 추진되는 언론사 건물 매입 사업은 행정의 불통과 특혜성 논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대전시는 청년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민 다수가 납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오히려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수 있다.
위기일수록 혈세 집행은 더욱 투명하고 신중해야 한다. 대전시가 지금이라도 불통을 멈추고 시민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청년 공간’은 미래 세대의 자산이 아닌 또 하나의 불신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대전= 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