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산하기관 추경예산에 일침…“구제처로 쓰지 말라”

대전시의회 전경. [사진= 대전시의회]
대전시의회 전경. [사진= 대전시의회]

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선광, 부위원장 이재경)는 지난 18일 대전시가 제출한 7조5553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회의에서 “시와 산하기관이 추경을 예산 부실의 구제처로 활용하는 관행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번 추경은 본예산 대비 8431억원이 늘어난 규모로 그간 반복 지적된 사업 미편성, 집행 미비, 절차 누락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결특위는 “추경은 포장된 부실”이라며 대전시에 본예산 단계부터의 책임 행정을 촉구한다고 21일 밝혔다.

◇김선광·이재경 의원 “시민혈세 낭비 용납 못 해”

김선광 위원장은 “지속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사업일수록 본예산에서 철저히 계획돼야 한다”며 “이제는 본예산 편성부터 준비가 부실한 경우, 추경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경 부위원장 역시 “시민 눈높이에 맞춘 책임 있는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며 “단 한 푼의 세금도 낭비 없이 쓰이도록 끝까지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명국 의원, 하수도·체육·홍보 예산 집중 추궁

정명국 의원은 하수도사업 특별회계에서 88~90%에 달하는 대규모 삭감이 이뤄진 점을 들어 “장기사업인데도 예산 편성을 잘못해 안정화기금으로 넘기는 것은 고의성 있는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생활체육 동호회 지원과 공공시설 위탁 예산 선정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정 의원은 “체육회에 돈만 주고 감시는 하지 않는가”라며 “선정 기준도 모호하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용산업 예산을 깎아 공중위생업소 홍보물 예산으로 전용한 데 대해서는 “명분이 없고 사용처도 불분명하다”며 “1원 단위도 투명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숙 의원 “중국산 트램? 시민은 속지 않는다”, 0시 축제·문화예산도 지적

김민숙 의원은 무궤도 트램 도입을 둘러싼 기만적 설명을 지적했다. “이장우 시장과 시는 ‘스위스산’을 탔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낙찰된 트램은 중국산이었다. 시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국장은 “시장 탑승 샘플은 스위스산, 실제 낙찰 제품은 중국산”이라며 이를 시인했다.

이어 김 의원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국비 반납 사태도 언급하며 “국비 매칭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건 기관장의 역량 부족”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문화관광국을 상대로 ▲0시 축제 예산(약 68억원)의 본예산 누락 배경 ▲연 106건에 달하는 문화행사 중 추경 신규편성 비율 등을 따져 물으며 “책임 있는 예산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영 의원, 사전 협의·조례 근거 부족 ‘행정편의주의’ 비판

이한영 의원은 시청 각 부서의 사전 협의 부족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추경 전에 의원들과 협의조차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며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라”고 질타했다.

특히 전일홍 문화관광국장에게 “왜 협의도 없이 진행됐냐”고 질의하자, 전 국장은 “죄송하다. 개선하겠다”고 반복 답변했지만 이 의원은 이를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며 일축했다.

이재경 대전시의회 의원(왼쪽)이 1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고현덕 대전시 교육정책전략국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전일홍 문화관광국장(오른쪽)이 이한영 대전시의회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조준영 기자]
이재경 대전시의원(왼쪽)이 18일 예결특위 회의에서 '관저동 제3도서관' 축소 설계와 관련해 고현덕 교육정책전략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전일홍 문화관광국장(오른쪽)이 이한영 대전시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조준영 기자]

◇이재경 의원, 도서관·여성단체·결혼장려금 제도 개선 요구

이재경 부위원장은 관저동 제3시립도서관이 중앙투자심사 미통과로 인해 설계 규모가 축소된 점을 지적하며 “주민들은 중형급 도서관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소형화된 계획이 내려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고현덕 교육정책전략국장이 “속도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속도보다 수요에 기반한 설계가 우선”이라며 질책성 발언으로 일축했다.

또 신규 여성단체 워크숍 지원 예산이 기준 없이 승인된 점을 지적하며 공익성과 형평성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결혼장려금 관련해서는 “대리신청 불가, 12개월 지급 제한 등으로 주민 편의가 떨어진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한영 의원도 “지급 후 이사나 자격 상실 시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교통 예산 “추계 오류” 스스로 인정… 시청 해명에 의원들 격앙

정명국 의원은 교통국장에게서 “추계가 잘못됐다”는 발언을 이끌어내, 추경 예산의 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부각시켰다. 시의회는 이 발언을 바탕으로 추후 통계 자료 전면 재검토와 관련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본예산부터 투명하게”… 예결특위, 예산심사 기준 강화 예고

예산결산특위는 이번 심사를 통해 “예산은 본예산 단계에서 책임 있게 수립되고 추경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활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김선광 위원장은 “집행기관의 준비 부족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향후 본예산 심사에서 자료 충실성, 사전 협의, 기준 명확성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이재경 부위원장도 “시청과 산하기관은 본예산부터 완벽한 계획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시민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예산이 반복 삭감되고 추경이 상시화된 현 상황에서 대전시와 산하기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시의회의 견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예산편성 전 단계에서의 사전 협의 절차를 명문화하고, 추계 산출의 통계 근거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실질적인 기준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보여진다.

한편, 제2회 추경예산안은 오는 23일 열릴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대전= 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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