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70조원 시대, 지방도시 성장 모델인가 ‘숫자만 남는 착시’인가
![대전시청 [사진= 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https://cdn.goodkyung.com/news/photo/202509/271662_240770_4452.jpeg)
대전시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상장기업 육성과 유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총 시가총액 70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달성이 아니라 지방 대도시 가운데 드문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지역 경제에 실제로 어떤 파급 효과를 내고 있는지, 타 지자체 사례와 비교할 때 과연 '대전 모델'이 보편적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 대전시 성공 요인, 전략 산업의 ‘선택과 집중’과 연구개발 전환력
대전의 성과는 첫째, 명확한 전략산업 집중에 있다. 바이오·우주·로봇·양자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딥테크 산업을 지정해 집중 육성했고 시가총액 70조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다수의 기업 유치보다 소수 핵심 기업의 질적 성장을 택한 결과다.
둘째, R&D 전환 생태계 구축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과 대학이 밀집한 대전은 단순한 연구 성과 축적에 그치지 않고 상업화와 상장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는 기업들이 지역에 뿌리내리며 스케일업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 경제적 효과와 한계, 지역 내 흡수력의 문제
다만 상장기업 증가가 곧바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대전의 시가총액 70조원은 인구 140만 도시에 비해 상당한 수치지만 상장기업 본사의 고용·투자가 실제로 지역 내 소비와 세수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 대구, 광주, 울산 등 다른 광역시 사례를 보면, 상장기업 수나 시가총액 규모와 지역 경제 활력 사이에는 괴리가 크다. 예컨대 대구는 전통 제조업 기반의 상장사가 다수 존재하지만 청년 고용 유출은 지속되고 있다. 울산 역시 현대차·석유화학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나 지역 중소기업과의 연계 부족으로 내수 경제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전 역시 비슷한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즉, 본사와 연구소는 대전에 두더라도 실제 생산기지와 주요 시장은 수도권이나 해외에 있어, 고용과 소비 유발 효과가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상장기업이 늘었음에도 대전 지역 총생산(GRDP) 성장률이나 청년 순유입 인구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은 것은 이를 방증한다.
◇ ‘숫자 경쟁’ 아닌 ‘지역 내 가치 사슬’ 구축
대전 모델이 다른 지자체에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상장기업 수나 시가총액이라는 외형 지표만을 추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 참고 사항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발굴 ▲지역 인재 유입을 위한 정주 여건 강화 ▲기업 간 네트워크 촉진 ▲지자체장의 일관된 정책 의지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장기업 성과가 지역 내 고용·세수·소비로 연결되는 가치 사슬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다. 이 부분이 보완되지 않으면 '성공 방정식'은 숫자만 남긴 채 지역 경제와 괴리된 성과에 그칠 위험이 있다.
대전의 70조원 시가총액 돌파는 분명 지방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경제 활성화'로 등치하는 것은 섣부르다. 지역 경제 파급력의 핵심은 기업 성과를 지역사회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지방정부가 배워야 할 교훈은, 수도권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강점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생태계를 구축하되 그 성과가 지역민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전 모델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대전= 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