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감사 지적에도 구조적 개선 지연…김덕규 관장 체제, 불공정·독단 운영 의혹 확산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운명의 힘’ 취소 사태, 행정 신뢰 추락의 신호탄

지난 2023년 11월 7일,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은 개관 20주년 기념 제작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무대장치 제작을 맡은 A업체가 납품 지연과 품질 미달을 일으킨 탓이었다. 대전시는 계약금 1억1500만원 중 70%(약 7000만원)를 선급금으로 지급한 상태였고 주요 무대장치인 ‘케이브(동굴 모형)’가 리허설 직전까지 도착하지 않으면서 결국 공연 무산으로 이어졌다.

취소로 인한 환불 건수는 1585매, 금액은 6072만3000원에 달했다. 출연진 출연료 3억원은 공연 여부와 무관하게 전액 지급됐다. 대전예당은 “공연 안전과 완성도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대전시의회는 행정감사에서 “시민과 출연진을 우롱한 총체적 부실”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언론도 연일 ‘혈세 낭비’ 논란을 보도하며 공분이 확산됐다.

◇ 창작오페라 공모사업도 절반 무산

20주년 사태의 여파는 다른 공연으로도 번졌다. 같은 해 11월 말, 대전시 특별예산 3억원이 투입된 창작오페라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두 작품 가운데 1건이 공연 직전 취소됐다. 1억6000만원 규모로 계약했던 B업체가 “대전예당 측 계약 절차 지연으로 양질의 공연이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편의 공모작 중 1편만 무대에 올랐다. 대전예당 관계자는 “계약 추진이 지연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민과 예술인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20주년 기념 공연과 창작오페라 취소가 연달아 발생한 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반복되는 관리 부실과 책임 공백

‘운명의 힘’ 취소 당시 드러난 문제는 계약·집행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 안전관리계획서 미제출 등 기본을 소홀히 한 점이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특정감사를 통해 계약·집행 과정의 부적정, 불법 하도급, 안전관리 소홀 등 총체적인 부실을 확인했지만 이후 공연 준비 과정에서도 유사한 행정 지연과 불투명한 집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공연 안전과 관련한 제도적 보완은 아직 미흡하다.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임시방편식 대응이 되풀이되고, 당시 담당자가 최근 장기간 자리를 비우며 ‘책임 회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 불공정 캐스팅과 독단적 운영 구조

예술계 내부에서는 김덕규 관장이 주요 배역과 출연진을 직접 결정하는 방식이 굳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부 인맥 중심의 캐스팅이 반복되면서 지역 예술인들이 기회에서 배제된다는 불만이 누적됐다. 공정한 심사 절차가 부재하다 보니 ‘특혜 시비’가 일상화됐고, 운영위원회나 외부 심의기구도 실질적 견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예당의 운영 구조가 관장 중심의 독단 체제로 굳어지면서 지역 문화 생태계가 위축되고 예당이 시민 문화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근본적 제도 개편 없인 반복 불가피”

대전시는 ‘운명의 힘’ 사태 이후 부정당업체 지정, 계약보증금 환수, ‘협상에 의한 계약’ 도입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역 문화계에서는 “일회성 행정대책으로는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명한 캐스팅 절차, 예산 집행의 전문성 확보, 실질적 내부 견제 장치 마련 없이는 또 다른 ‘운명의 힘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감사 지적이 아무리 쏟아져도 운영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시민 신뢰는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전=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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