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단일 실패 지점 취약성 노출…코레일·조폐공사 신속 대응이 남긴 교훈

9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왼쪽부터),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 김 차관,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사진=연합뉴스]
9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왼쪽부터),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 김 차관,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저녁,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 5층 전산실에서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대한민국 전산망을 마비시키며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체국 시스템이 멈추면서 우편·택배는 물론 예금과 보험 등 금융 서비스까지 차질을 빚었고 40대 남성 작업자가 1도 화상을 입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 기기 결함을 넘어 한국 사회 디지털 관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 국가 핵심 인프라, ‘단일 실패 지점’의 민낯

NIRS는 행정안전부, 조달청, 대법원, 국세청 등 국가 주요 기관의 전산망을 통합 관리하는 핵심 시설이다. 그러나 이번 화재는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 한 개의 폭발만으로 행정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구조의 위험을 드러냈다. 소방과 경찰은 발화 의심 배터리를 냉각하고 국과수 정밀 감정을 의뢰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시스템 장애가 확산된 후였다. 이번 사건은 작은 문제 하나가 곧바로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정부 디지털 관리 체계 전면 재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 반복되는 전산망 마비, 기술 아닌 ‘관리 부재’

이번 사태는 2023년 11월 정부24·새올행정시스템 마비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당시에는 노후 장비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이번에는 배터리 폭발이 직접적인 촉발 요인이었다. 원인은 다르지만, 두 사건 모두 핵심 인프라 취약성과 미흡한 복구 과정을 보여줬다. 2023년 이후 정부가 전산 장비 점검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2년 만에 더 큰 규모의 사고가 반복된 점은 기술 결함보다 관리 체계 부재가 근본 문제임을 시사한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 대응 매뉴얼의 실효성, 핵심 설비 안전 점검의 주기성과 수준이 모두 부족했고 이번 사건에서 발생한 직원 화상 피해는 관리 부실이 인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다.

◇ 위기 속 빠른 대응, 코레일·조폐공사의 교훈

총체적 혼란 속에서도 일부 기관은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디지털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코레일은 화재 직후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게시하고 열차 승차권 예매 고객의 혼란을 최소화했다. 특히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인증 만료 기한을 긴급 연장하고 신규 인증도 역 창구에서 가능하도록 조치해 불편을 해소했다.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직접 철도IT운영센터를 찾아 UPS 등 핵심 설비를 점검하고 직원들에게 철저한 대응을 당부했다.

조폐공사는 재해복구(DR) 체계 전환을 통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불과 지난 27일 새벽 대부분 정상화했다. 모바일 신분증이 분산형 데이터 구조로 설계되어 중앙 서버 장애에도 단말기에서 서비스가 가능했던 덕분이다. 일부 신규 발급과 금융 거래 제출 기능은 제한됐지만 핵심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함으로써 디지털 회복탄력성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 디지털 회복탄력성, 더 이상 선택 아냐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관련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전산망 문제가 단순히 기술 영역을 넘어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신뢰’와 ‘안전’의 문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인프라 다중화와 분산화, 실시간 백업 연동, 핵심 설비 주기적 교체, 복구 매뉴얼 전면 재정비, 정례적 비상 훈련, 민간 전문 역량 활용 등 실질적 대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디지털 전환만으로는 또 다른 재앙을 막을 수 없으며 보안과 회복탄력성을 최우선 가치로 둔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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