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발표 56억 vs 정치권 추산 100억 ‘깜깜이 예산’ 의혹 증폭
시 자화자찬 속 시민 공감대 흔들…‘하향식 기획’ 비판에 지속성 ‘적신호’

대전 0시 축제가 지난 8일 시작됐다. 개막식에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023년, 2024년 축제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해외에서 방문한 외교사절단 및 공연단 학생들은 무슨 영문이지 중간에 자리를 떠나고 빈 의자들이 내빈석에 남아있다. [사진= 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  
대전 0시 축제가 지난 8일 시작됐다. 개막식에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023년, 2024년 축제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해외에서 방문한 외교사절단 및 공연단 학생들은 무슨 영문이지 중간에 자리를 떠나고 빈 의자들이 내빈석에 남아있다. [사진= 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  

55억8000만원이 투입된 2025 대전 0시 축제 개막식이 텅 빈 의자만 가득한 채 열려 시민 외면 논란이 거세다. 3년간 예산이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하향식(Top-Down) 기획’과 ‘깜깜이 예산’ 의혹이 확산되면서 축제가 ‘시민을 위한 행사’가 아닌 이장우 대전시장 개인의 정치적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일 대전시 중심가에서 열린 개막식 현장은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주최 측은 수천 명의 관객을 기대했지만 주요 내빈석과 시민석 일부분은 텅 비었다. 이는 축제가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이장우 시장은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축제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자평하고 있다. 이장우 시장은 행사가 끝나면 주관적인 지표를 앞세워 성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오히려 시민들의 비판 여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3년간 예산 2배 증가에도 ‘깜깜이 예산’ 논란 지속

2023년 첫 개최된 대전 0시 축제는 3년 만에 예산이 55억8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장우 시장이 지난 5일 기자브리핑에서 공식 발표한 예산 외에 산하기관 예산과 간접 비용, 민간 후원금 등을 포함할 경우 정치권에서는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시가 공개하는 예산과 별도로 관련 기관과 부서별 비용이 누락돼 ‘깜깜이 예산’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대전 0시 축제 예산은 인근 충남도, 세종시 축제와 비교했을 때 그 규모가 월등히 높아 방만 운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세종시 대표 축제인 세종축제 예산은 11억5000만원으로 대전 0시 축제 예산의 5분의 1 수준이다. 거액이 투입됐음에도 축제는 여전히 ‘하향식 기획’에 머물러 시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3무 축제’ 자평에도 시민 불편과 콘텐츠 부족 여전

대전시는 ‘안전사고, 쓰레기, 바가지요금 없는 3무 축제’를 2년 연속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시민 불편은 여전하다. 축제 기간 중앙로 등 주요 도로가 통제돼 출퇴근길 교통체증이 심각했고 택배 배송과 상인 영업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대전 시민들은 “축제가 일상을 파괴하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놓았다.

콘텐츠는 유명 가수 공연에 집중돼 대전만의 특색과 정체성 부족 비판이 강하다. 시민들은 ‘왜 0시 축제인가’ 의문을 제기하며 ‘연예인 중심 잔치’라는 불만을 내놓는다.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축제가 일시적 인파는 모았지만 지역 고유 유산을 활용한 다른 축제와 달리 정체성을 희석시켰다는 평가다.

8월 8일 오후 11시 57분경 대전역 방향(왼쪽), 구 충남도청 방향(오른쪽) 행사장 거리 모습. '대전 0시 축제' 취지에 무색하게 시민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 [사진= 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
8월 8일 오후 11시 57분경 대전역 방향(왼쪽), 구 충남도청 방향(오른쪽) 행사장 거리 모습. '대전 0시 축제' 명칭에 무색하게 시민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 [사진= 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

◇ 정치 공방에 객관적 평가 난항, 축제 지속성 ‘경고등’

이장우 대전시장은 축제 종료 후 주관적 지표를 내세워 성공을 자평하겠지만 행사가 끝나면 비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세금 낭비 축제’라며 축제 시작도 전에 강력 비판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경제 활성화 효과를 강조하며 옹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지고 시민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시민 참여 확대,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투명한 성과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정치적 목적에 치우친 하향식 기획은 축제 장기 지속 가능성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대전 0시 축제가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 잡으려면 시민 참여 확대와 예산 투명성 확보, 근본적인 콘텐츠 혁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전 0시 축제 개막식' 메인 무대(성심당 방향). 이날 NC백화점 네거리를 중심으로 4 방향 모두 무대를 설치했다. [사진= 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
'대전 0시 축제 개막식' 메인 무대(성심당 방향). 이날 NC백화점 네거리를 중심으로 4 방향 모두 무대를 설치했다. [사진= 굿모닝경제 조준영 기자]

대전= 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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