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장우 대전시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광주’의 사례를 언급했다. 광주시는 이미 지방채 규모가 2조원을 넘었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철도 2호선 같은 대형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비교일까, 아니면 ‘대전도 더 빚을 내야 한다’는 신호일까. 대전시 재정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질문의 답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대전시의 지방채는 이미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신규 발행 한도는 1470억원 중 1370억원이 소진되어 사실상 바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철도 1호선의 무선통신망 교체사업처럼 필수적인 안전·인프라 예산은 지방채나 공사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대전교통공사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70억원 규모 공사채를 발행한다. 공사 관계자는 “국가 의무 사업을 빚으로 떠안는 구조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재난안전 사업의 재정 부담을 지방이 떠맡는 현실, 그리고 그 부담이 다시 시민의 세금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시청 안팎에서는 “지금은 빚을 내서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논리가 고개를 든다. 재정 건전성보다 ‘단기 성과’가 우선시되는 순간, 재정은 도시의 성장 엔진이 아니라 장기 부채의 덫으로 변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트램, 야구장,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은 정치적으로 ‘보여줘야 할 사업’이 됐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지방비와 지방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재정이 정치 일정보다 앞서야 하지만, 지금의 대전은 그 반대다. 한 대전시 관계자는 “사업을 멈출 수는 없고, 지방채 발행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는 사실상 ‘재정 긴급 상황’을 시인한 말이다.

이장우 시장은 “광주가 2조원 넘게 지방채를 발행해도 추진력을 잃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광주는 이미 채무비율 23.1%로 ‘재정 주의 단체’ 임계치(25%)에 근접했다.

대전이 같은 길을 걷는다면, 지방정부의 자율권은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놓일 수 있다.

‘지방채 2조 시대’는 더 이상 미래 투자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적 부채와 세대 간 전가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눈앞의 ‘완공식’보다, 다음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부채 구조’에 달려 있다.

이장우 시장이 진정으로 강조해야 할 것은 ‘투자 확대’가 아니라 ‘재정의 질적 균형’이다.

빚으로 도시를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빚으로 신뢰를 세울 수는 없다. 이제 대전의 재정은 숫자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로 들어섰다.

대전=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