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96%·부산 82% 교체 완료, 대전은 ‘연차적 개량’ 명분에 갇혀…2018년 사고 교훈 잊었나
![[사진=대전교통공사]](https://cdn.goodkyung.com/news/photo/202510/275385_244674_4011.jpg)
대전교통공사가 도시철도 1호선 대전역의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 완료를 알리며 “고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전체 교체율은 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광주·부산 등 주요 도시가 노후 설비를 70~90% 수준으로 신형화한 것과 비교하면 대전은 사실상 ‘교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 15년 수명 초과된 설비 다수…‘점검 중심 행정’ 한계
도시철도 1호선은 2006년 개통 이후 올해로 19년째 운영 중이다. 에스컬레이터의 법정 내구 연한(15년)을 이미 초과한 장비가 전체의 70%를 넘는 상황에서, 대전교통공사는 정기 점검과 법정 검사로 안전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의 유지 관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진단 전문가들은 “정기 점검만으로는 노후 부품의 마모를 예방하기 어렵다”며 “장비 교체를 동반하지 않은 점검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교체율 7.7%, 타시도 대비 10배 이상 격차
대전교통공사는 2022년 중앙로역부터 교체사업을 시작해 올해까지 13대를 교체했으며 2025년 말까지도 전체 168대 중 13대 교체에 그칠 예정이다. 연간 교체율은 약 4.3대 수준이다.
이에 반해 광주도시철도공사는 같은 시기 99대 중 95대(96%)를 교체 완료했고 부산교통공사는 2023년 기준 573대 중 470대(82%)를 신품으로 전환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노후 승강설비 2900대 중 2500대 이상을 교체하며 ‘10년 내 전량 교체’ 목표를 달성 단계에 두고 있다.
결국 대전의 7.7%는 타 시도의 평균 교체율(80% 내외)에 비해 10배 이상 낮은 수치로, 안전투자 속도와 예산 운용 모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예산 제약·부품 재활용 의혹…“시민 안전은 뒷순위”
공사는 ‘연차적 개량’을 표방하며 예산 한계를 이유로 단계적 추진을 설명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품 돌려막기’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본지 취재 결과, 공사 내부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노후 설비의 부품을 다른 장비에 재활용한 사례가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는 안전 관리의 기본 원칙인 ‘부품 동일성 유지’에 위배될 수 있으며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2018년 대전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10명이 다치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후에도 실질적인 예방 시스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 광주·부산은 ‘전면 교체’로 신뢰 회복…대전은 ‘행정형 관리’ 반복
광주교통공사는 2027년까지 전체 에스컬레이터 100% 교체를 목표로 하고, 예산을 매년 20%씩 증액해 추진 중이다. 부산 역시 2019년부터 ‘3단계 교체 로드맵’을 가동해 5년 만에 80% 이상 교체를 완료했다.
이들 도시는 교체 진행 현황과 예산 투입 내역을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하며 ‘시설 안전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대전교통공사는 교체 대상 선정 기준과 예산 집행 내역을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어, 외부 검증이 불가능한 구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설 교체율의 격차는 단순히 예산 규모 문제가 아니라, 안전을 행정성과로 접근하느냐 실질 정책으로 접근하느냐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 “안전 최우선” 선언에도…보도자료식 발표로 근본 대책 가려져
연규양 대전교통공사장 직무대행은 지난 29일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노후화된 승강기 시설의 현대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며 “적기 예산 확보와 꾸준한 안전 투자를 통해 시민에게 신뢰받는 대전의 대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교체 완료 사실 중심의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돼, 실질적인 교체율·예산 구조·부품 관리 체계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결국 공사의 공식 입장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봉합’으로 비춰지면서, 시민 체감 안전과 행정의 신뢰 간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전=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