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라돈, 건축 과정부터 선제적 관리 필요…시민 불안 해소 시급
![2021년 5월 6일 방호복을 착용하고 방독면을 쓴 한 시위 참가자가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라돈 피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goodkyung.com/news/photo/202509/272353_241517_570.jpg)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되면서 입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라돈 관리 체계는 건물 완공 후 입주 직전에 측정하는 ‘사후 확인’ 방식에 머물러 근본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라돈이 주로 건축 자재에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건축 과정 전반에 걸친 관계기관의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라돈, 폐암 유발하는 ‘침묵의 살인자’
라돈은 냄새·색깔·맛이 없는 방사성 기체로, 인지하기 어려워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할 때 발생하는 라돈은 토양과 암석에서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 라돈이 붕괴하며 생성되는 ‘라돈 자손(Radon Daughters)’은 호흡기를 통해 폐에 유입돼 폐 조직을 손상시키고 DNA 변형을 유발, 폐암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흡연 다음으로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전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3%에서 1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노출량과 기간이 길수록 특히 흡연자일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따라서 주거 공간에서의 철저한 관리와 예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 ‘사후약방문’ 우려 낳는 현행 관리 체계
현행 신축 공동주택 라돈 관리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시공자가 입주 전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고 지자체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2019년 7월 1일 이후 승인된 신축 공동주택은 라돈 권고 기준이 148 Bq/m³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입주 전 측정’ 방식은 근본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라돈은 화강암, 경석 등 콘크리트와 건축 자재에서 방출되기 때문에, 완공 후 입주 직전 측정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한 건축 전문가는 “건축 자재 자체가 오염됐다면 환기나 저감 조치로는 근본적 방출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감 도포제나 차폐재 시공만으로는 지속적 라돈 방출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 건축 과정 전반 ‘선제적 관리’ 필요
전문가들은 치명적 1급 발암물질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입주 전 측정을 넘어 건축 전 과정에 걸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부·국토교통부·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9년 ‘건축자재 라돈 저감·관리 지침서’를 공동으로 마련해 건설업계에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관리 방향과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지침이다.
지자체는 ▲건축 자재 반입 단계에서 라돈 함유량을 엄격히 확인하고 ▲공사 과정 중 주기적 라돈 농도 측정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건설 사업자에게 저감 기술 적용을 권장하고 우수 시공 사례를 발굴·확산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와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시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능동적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세종=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