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여 조합원들 고통속에 신음…법·제도 개선해야”
“토지 확보 요건 완화, 공사비 검증 등 필요”

지난 7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동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정부도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섬에 따라 국회에서도 개선 방안 논의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 확보 요건을 완화하고 지주조합원 제도 법제화, 조합원 권익 보호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 정책 세미나에서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지금까지 무주택 서민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희망의 사다리였지만 그 이면에는 사업 무산의 공포, 추가 분담금의 무게, 불투명한 운영이라는 높은 장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위험은 낮추고 사업성은 높여, 국민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6만여 조합원들 고통속에 신음…법·제도 개선해야”

1980년 도입된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주택을 건설하는 제도를 말한다.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역주택조합은 시행사 주도의 일반 분양 대비 시행사의 과도한 이윤 및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고, 청약 경쟁 외 주택 마련 경로 다양화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 토지 확보 문제, 업무대행사의 전문성 부족 등 많은 한계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돼왔다. 이로 인한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을 대상으로 분쟁 현황조사를 벌인 결과 작년 말 기준으로 30%에 해당하는 187개 조합에서 가입비·분담금 환불 지연, 부실한 조합 운영 등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주택조합 전체에 대한 실태점검을 8월 말까지 벌일 예정이고, 제도와 운영상 문제점을 조사한 후 대대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역주택조합 문제를 살펴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전국 지역주택조합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미 지시해서 실태조사·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개정을 통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옥진 전국지역주택조합연합회 회장은 국회 세미나에서 “지역주택조합은 훌륭한 주거복지 정책이지만 사업 지연, 토지비 상승, 비현실적인 승인 요건 등으로 현재 26만여 조합원들이 정신적, 물질적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어 큰 사회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저희 연합회는 그동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이 고민해왔고 그 결과 해법은 법과 제도의 개선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맹성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맹성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토지 확보 요건 완화, 공사비 검증 등 필요”

김혜겸 법무법인 영 변호사(건설법무학 박사)는 이날 주택법 개정을 통한 지역주택조합 제도 정상화를 주장하며 개선 방안으로 ▲사업계획 승인 토지 확보 요건, 현행 95% 이상에서 80%로 완화 ▲토지 소유자의 조합원 참여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한 사업 지연 요인 감소 등을 위해 지주조합원 제도 법제화 ▲조합원 자격 기준, 현행 설립 인가 신청일에서 가입 신청일로 개선 등을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허위 광고 규제, 자금 유용·조합원 권익 침해 제재 등 주택법상 처벌 규정 강화 ▲조합 운영 실태조사 정례화 의무화 등 지방자치단체 역할 강화 ▲지역주택조합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등 국토부 관리·감독 체계 구축 ▲등록제 도입을 통한 업무대행사 관리 강화 ▲피해 구제 절차 마련 등 조합원 권익 보호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는 공사비 증액 관련 지역주택조합과 시공사간의 분쟁을 해소하고 공사비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이를 위해 최근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고 지역주택조합 등 주택조합이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비가 증액되거나, 일정 수의 이상이 동의하는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정비사업 지원기구인 전문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복 의원은 “주택조합은 주택 건설을 위해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공사와 당초 체결한 공사비 보다 크게 인상된 공사비로 인해 주택조합과 시공사 간에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에 대해 갈등을 빚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공사비 증액 관련 분쟁을 해소하고, 공사비의 적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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