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 부재 속 3분기 역대 최고 실적 달성…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속 신사업 투자 결정 등 과제도 떠안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의 리더십 공백 속에서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오너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현상 유지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 등 중·장기 플랜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3분기 매출 2조7070억원, 영업이익 519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교체용 시장 판매 및 신차용 타이어 공급 증가와 함께 고부가 제품인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재료비와 운임비 감소 등을 통해 미국 자동차 부품 관세 영향을 일부 상쇄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조현범 회장의 부재와 맞물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안종선 대표이사 사장과 이상훈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으로 경영을 분담하는 '투 트랙' 체제를 구축하고 회사를 이끌고 있다. 조현범 회장은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안 사장과 이 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에서 한국타이어는 기존 사업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조564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9.9% 성장했다. 또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 15.9%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아울러 한국타이어는 승용차·경트럭용(PCLT) 내 18인치 이상 타이어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PCLT 내 18인치 이상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늘어난 47.3%를 기록했다. 아울러 3분기 누적 기준 PCLT 신차용 타이어 내 전기차용 타이어의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늘어난 25%를 기록했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평균적으로 10~30% 더 비싸다.
한국타이어는 고부가가치 규격 확산 및 상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지속하는 한편, 완성차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 전기차용 타이어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공장 증설로 인해 올해보다 관세 영향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는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미국 테네시 공장의 2단계 증설을 진행해 왔으며, 이 공사는 이르면 올해 말에 완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미국 내 타이어 생산능력이 기존 연간 550만개에서 1100만~1200만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회장의 법정 구속이라는 리더십 공백 속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기존 사업의 관리'가 아니라 '미래 사업의 결단' 영역이다. 타이어 산업은 현재 전기차로 재편되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의 부재로 인해 한온시스템 외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대규모 투자는 당분간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 회장이 주도했던 대형 인수합병(M&A)이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온 것을 정상화하는 것도 과제로 거론된다.
한국타이어는 앞서 조 회장의 의지로 자동차 열관리 업체 한온시스템을 인수했으나, 한온시스템의 실적이 저조하고 부채가 많아 '밑 빠진 독'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가 자금 수혈(유상증자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오너만큼 과감하게 수조원 단위의 자금 집행을 결단하거나 반대로 '손절'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한온시스템 지원을 위해 타이어 사업부의 현금을 지나치게 끌어다 쓴다면, 주주들의 반발과 함께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9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약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한온시스템의 지분 54.77%를 들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약 4000억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우선적으로 부채 상환에 사용되며, 이외에도 운영자금, 시설 유지보수,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 주요 영역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온시스템은 이자 비용 부담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 인수 및 추가 증자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만, 타이어 본업의 뛰어난 펀더멘털이 이를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본다"며 "한온시스템의 실적도 느리지만,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