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원장 [사진=제이라곰스피치]
박지연 원장 [사진=제이라곰스피치]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LF, SK하이닉스, DB생명보험 등 주요 기업들의 채용 공고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하반기 공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청년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나 대학들은 취업 준비를 돕는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고, 필자에게도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대비를 요청하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취업에 대해 학생들과 얘기해보면 면접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는 경우가 꽤 있다.

“필기나 스펙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권인데요. 면접만 보면 계속 미끄러져요.”

서류나 필기시험(NCS, 인적성검사 등)은 평가 기준이 명확해 준비 방향도 분명한 편이다. 하지만 면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과정이기 때문에 훨씬 더 주관적이고 탈락 이유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막막함을 느끼곤 한다.

면접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수강생들과 얘기해보면 공통점이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말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면접이라는 과정 자체를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답이 있는 시험이 아니다 보니 무엇을 준비하는지부터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면접을 반복해도 실력이 늘지 않고 같은 자리를 맴돌곤 하는데, 번번이 탈락하는 경우 보이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 실제 겪은 경험은 많지만, 핵심 메시지가 없는 경우다.

취업준비생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고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들을 갖고 있다. 자기소개서에는 이런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정리되어있는 편이지만 면접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경험들이 무슨 의미인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적절하게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접을 마친 후 ‘말은 많이 한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저는 이런 활동도 했고, 이런 저런 프로젝트도 했고...”

경험의 나열보다 한 가지 경험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드러난 나의 가치와 태도,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논리는 탄탄한데 말에 온기가 없는 경우다.

지원동기나 직무에 대한 이해를 설명할 때 논리적으로는 완벽하지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면접관은 “정말 이곳에 오고 싶은 친구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과장된 감성을 말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자의 진심과 감정의 결을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다. 자신이 실제로 경험하며 느낀 변화나 깨달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 면접관은 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암기한 답변에 갇혀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다.

면접을 발표처럼 암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면접의 본질은 대화다.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잘 듣고, 생각을 정리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암기한 답변이 틀릴까 봐 불안해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발표력이 아니다. 질문과 상황을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는 태도, 자연스러운 소통의 능력이 면접의 당락에 훨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니 답변 자판기처럼 바로 말하려 하기보다는, 충분히 듣고, 호흡을 다듬고, 면접관의 의중을 생각하며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면접은 진실된 나를 정돈하여 보여주는 시간이다. 필자가 수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유리한 자리라는 점이다.

자신의 경험을 구조화하고, 핵심 메시지를 찾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면접에 대해 이해하게 되니까 덜 무서워진 것 같아요.”

“제 경험을 정리하다 보니 이제야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요.”

학생들의 소감처럼 면접 준비는 단순히 취업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정비하는 자기개발의 과정이기도 하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한창인 지금 불안감을 느끼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미 당신은 충분한 경험들을 해왔고 멋진 역량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그것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마지막 한 걸음이다.

■ 박지연 제이라곰스피치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초빙교수직을 병행하며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다양한 교육, 연구,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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