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며칠간 대학에 관한 뉴스가 언론을 뜨겁게 했다. 대학의 온라인 시험에서 챗GPT를 활용하는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AI 기술로 지식을 얻는 과정과 학생들의 학업 방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내에서는 시험뿐 아니라 과제에 있어 AI가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대학에서 온라인 시험에서는 영상을 체크하며 시험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또한 AI로 작성된 과제보고서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시험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부정행위를 AI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시험의 부정행위는 AI가 출현하기 전부터 있었던 문제이다. 부정행위는 더 좋은 성적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기술을 탓해서는 안된다. 또한 지식과 기술의 발전을 선도할 대학이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대학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그래서 이번 부정행위를 AI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대학은 이번 사건을 통해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방정식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과 발전을 추구해 왔다. 재정적인 부족과 제한된 자원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수의 증대와 대규모 강좌의 확대 등 성장의 길을 찾았다. AI 이전의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게 하여 대규모 강좌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부정행위 사건은 지금까지 유효했던 양적 팽창의 방법은 AI 시대에 효과적인 교육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대학이 규모의 경제에 의존하여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대학은 범위의 경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범위의 경제는 규모의 경제와 다르게 다양화가 중요하다. 기업이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법은 대량 생산의 방법도 있지만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 대학은 학생 수를 늘리며 대규모 강좌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했지만 이제는 작고 다양한 강좌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교육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변화되고 있다. 표준화된 시험으로 평가될 수 있는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은 외면받고 있다. 오히려 지식을 활용한 탐구와 발표 그리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이는 대규모 강좌로 효율성을 제고한 대학이 주목해야 할 환경 변화이다. 이제 대규모 시험 없이도 교수가 학생의 성장을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강의실이 필요하다. 학생의 탐구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교수와 학생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강의실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의 현실은 쉽지 않다. 중고등학교에서 작은 교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대학에서 대규모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세부특기와 수행평가를 기준으로 대학을 진학한 학생들은 여전히 표준화된 시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재정난으로 수익성을 고민하고 있으며, 대학의 자율성은 여전히 추구해야 할 가치로만 남아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 대규모 부정행위 사건에 창피하지만 놀라지 않는 대학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