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이사회에 네이버파이낸셜과 주식 교환 안건 상정
소액주주 주식선택매수권 행사가 발목 잡을 수 있어

네이버와 두나무 포괄적 주식 교환. [이미지=조해량 기자]
네이버와 두나무 포괄적 주식 교환. [이미지=조해량 기자]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인 송치형 얘기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재편할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두나무가 뛰어들 수 있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변곡점 이벤트들이 이번 주부터 줄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간편결제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오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3주를 받는 1대 3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인 이해진과 송치형이 폭발적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것이다. 송 의장은 이번주 이사회 개최와 함께 언론 간담회를 갖고 양사 합병의 당위성과 비전을 적극 알릴 것으로 전해졌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 [사진= 연합뉴스]
송치형 두나무 의장 [사진= 연합뉴스]

가장자산사업자로서 금융사업 인허가를 받기가 힘든 송치형 입장에선 네이버를 통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스테이클코인 사업자 인가를 따내는 것이 필요했고, 이해진 입장에선 네이버의 수천만명 가입자를 두나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내셜과의 주식교환을 마무리하려면 이사회 이후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데 있다. 특별결의는 주총 출석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이 찬성해야 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모회사인 네이버가 지분을 70% 갖고 있어 주총 특별결의에 문제가 없지만, 두나무는 사정이 다르다.

 송 의장(25.53%)에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1%) 지분을 합쳐도 대주주 지분이 38%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별 결의에 필요한 3분의 2 지분에 한참 못미친다. 물론 대주주 외에 주요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10.59%), 우리기술투자(7.20%) 등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돼 주식 교환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23.76%에 달하는 소액주주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이 주식 교환 비율 및 두나무 단독 상장 물거품 등에 대한 항의로 반대에 나서고, 여기에 수십명의 주요주주중 일부가 이에 가세할 경우에 주총 통과를 완전히 낙관하긴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총이 통과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주식 교환에 불만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대거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경우에 두나무 입장에서 이들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두나무 주식을 사주기 위해 많게는 수조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주식 교환 비율 확정 과정에서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15조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기업가치를 가정으로 두나무 소액주주중 20%만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더라도 두나무는 7,1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해야 한다. 50%가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면 1조7,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현금이 필요하게 된다. 이 경우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간의 합병 자체가 무산되거나, 원점에서 양사간 합병 조건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송 의장이 이번 주 이사회에 맞춰 언론 간담회를 자청하는 등 대중 앞에 나서는 것도 소액주주에 이번 합병이 왜 절박한지 직접 설명함으로써 주주들의 폭넓은 동의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송 의장은 이번주 예정된 언론 간담회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네이버를 통해 '두나무의 제도권 금융 편입'이 절박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행된 2025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을 연내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연내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가 시행되는 터에, 그는 두나무가 선제적으로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손잡고 국내외 금융결제망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나무. [이미지=두나무]
두나무. [이미지=두나무]

굿모닝경제 조해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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