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cdn.goodkyung.com/news/photo/202511/277120_246473_5356.jpg)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며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엔화 약세 등 대외 요인이 겹쳤지만, 핵심 배경으로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지목된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의 달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원화 약세 압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10월 초 1400원대에 진입한 이후 가파르게 올라 한 달 반 만에 15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환율 상승에는 AI 거품론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과 12월 FOMC(공개시장운영위원회)에서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 추진에 따른 엔화 약세도 주요 요인이다. 엔·달러 환율은 157엔대로 올라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고환율 지속의 주된 이유로는 달러 강세보다는 원화 약세가 더 크게 지목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90.14로, 기준치(100)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이는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의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주목받는 것은 해외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원인이다. 경상수지 흑자 등 달러 유입과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해외 증시 투자를 위한 달러 환전 수요가 더 크다는 점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797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를 의미하는 대외금융부채는 1조7414억 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562억 달러로 집계됐다.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원화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해외 투자 열풍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진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의 달러 환전 수요를 지속시켜 원화 약세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로 나간 자금이 더 많은 만큼, 수급 측면에서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은 4분기에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외국인 주식 매도에서 보듯 대외금융부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해외 투자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고점 탐색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현 흐름이 채권시장 불안 심리가 극대화됐던 2020년, 2022년 국면과 유사하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 안정이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위축된 투자 심리 흐름은 2020년 3월 팬데믹과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수준과 비교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세는 채권시장 내 유동성 흐름이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금융시스템적 불안을 걱정할 상황으로 변모할 수 있다. 2020년 3월과 2022년 10월 사례와 비교되는 현시점부터 채권시장 안정 대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증가는 올해 4·4분기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율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역전된 한미 금리차도 가까운 시일 내 해소될 수 없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승이 과거처럼 위기로 직결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외화유동성이 안정적이고 단기 부채가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과도한 우려는 경계했다. 이어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미국 관세 부과로 국내총생산(GDP)은 올해와 내년 각각 -0.4%p, -0.6%p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높아진 환율은 이 충격을 완화하고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굿모닝경제 최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