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의 현황을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는 단연코 '저출산·고령화'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그중에서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자 시민의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노동 분야에서도 전례 없이 빠른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정년 연장'과 관련된 이슈가 두드러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력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식으로 「고령자고용법」상 법정 정년을 연장하자는 이슈가 등장하고 있고, 일괄적인 법정 정년 연장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동시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을 붙잡기 위한 산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19일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총 304개 사 중 67.8%는 이미 이른바 '촉탁직' 제도를 이용해 정년 이후 재고용을 실제 실시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그보다 많은 86.2%의 기업이 선별적인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일괄적 고령자 고용이 아닌, '베테랑 은퇴자'에 대한 업계의 수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에, 이하에서는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 등 관리적인 한계까지 고려하여 일터에서 퇴장하는 고숙련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총 세 가지 차원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 [레시피 1] 대전제: 임금구조 개편

앞서 살펴보았듯, 대다수 기업은 일괄 정년 연장 방식이 아닌 '촉탁직' 등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임금구조인 연공급에서 비롯되는 한계다. 우리 산업계는 말로는 성과연봉제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거의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사업장이 임금을 하방 경직적 요소로 받아들이고 우상향 호봉제 방식을 기본급으로 반영한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향후 몇 년간은 일을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상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기존 정규직 근로계약을 정년 기점으로 정리한 뒤 기간제 촉탁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판례 등으로 논란이 많은 임금피크제도 결국 과거의 호봉제라는 성과 연관성이 낮은 급여체계 때문에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년 이후에도 베테랑 직원을 남기고 싶은 회사는 필연적으로 성과 중심 또는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로의 변화를 선행해야 한다. 물론 단번에 완전성과급제로 전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꼭 바람직하지도 않으므로, 적어도 성과 비례 임금의 파이를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점진적이고 보완적인 임금 체계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직무설계와 평가·보상 체계 수립은 1~2년 만에 일회성 컨설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돈 많이 들인 그럴듯한 ppt 장표 몇 개 보다, 아무리 작은 걸음이라도 꾸준히 그리고 하나의 전략적 목표를 두고 나아가는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 [레시피 2] 기술 변화에 따른 '리스킬링(re-skilling)'

역사 이래 수많은 사례에서 보아 왔듯, 뛰어난 개국공신이 언제까지고 그 능력을 유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왕년에는 회사 내 최고 '에이스' 칭호를 듣고, 동기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승승장구하던 직원이 갑자기 주저앉을 수 있는 게 회사라는 조직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는, 산업의 구조나 기술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문에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회사에서는 고령자의 계속 고용을 검토함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이들의 퍼포먼스를 유지·개선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꼭 해야 한다. 특히나 기술 민감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인생 황혼기의 특성상, 이들이 예전처럼 회사의 최선두에 서서 무엇인가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반대로 고령자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 이들은 지식보다 지혜, 이성보다 직관과 경험이라는 일종의 '짬밥'으로 무장한 베테랑들이다. 큰돈 들여 모신 석·박사급 인재라도 잘 하기 어려운 산업안전·보건, 관리 및 멘토링 또는 비육체적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실무 위주의 업무에서 이들의 시선이 빛날 수 있다.

원래 관련 없는 일을 했다고?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재교육이다. 이들의 풍부한 경험 위에 최소한의 재교육으로 지식이 더해지는 것이 진정한 '리스킬링'의 취지다. 심지어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정부 등 공공분야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경비·미화 등 단순직으로서의 촉탁직이 아닌 진정한 고령자 활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

■ [레시피 3] 규정 정비 및 노사관계 리모델링

법적인 리스크 관리를 의미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진단은, 고령자 고용 과정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단순히 취업규칙상 정년이나 촉탁직 관련 규정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수반되는 임금·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이나 환경 등을 규율하는 규정 전반이 변경되어야 한다.

이로 인한 변화 관리도 필수적이다. 어설픈 변화는 오히려 현상 유지보다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가면서 서로의 시선을 맞춰 나가야 한다. 특히나 사내 인구구조가 고령자 위주로 편성된 오래된 기업들에서는, 재고용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제대로 된 평가를 실시해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이에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는 노사 간 대화의 창구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잘 고안되고 시행되는 제도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지 않으면서 100%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의 유무나 그로 인한 단체교섭 또는 노사협의회라는 형식이 아니라, 일하던 도중 격의 없는 티타임이라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더하여 동기부여라는 차원에서도, 연령 무관 고성과자에게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금전적 포상을 주는 동기부여적 방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한 회사에서는 60세 이후에 누군가가 임원도 아닌데 살아남았더라도 아무도 이의를 두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나도 저렇게 되어야겠다"는 긍정적인 확산 효과를 꾀할 수도 있다.

■ 결론: 인력 구조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전략적 중소기업 HR'

정년 연장은 단순히 법적인 고용 연령을 연장한다는 표면적인 문제를 넘어, 조직 내 임금이나 직무, 노사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데, 그런 걸 하고 있어?”라며 무시해서는 결국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뿐이다.

특히나 본 칼럼의 목표 독자층인 중소기업은, 인구 구조의 변화를 대기업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기에 이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청년들은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작은 기업에 입직하기 싫어하고, 막상 또 회사 내의 누군가는 충분히 잠재력이 남아 있음에도 일괄적으로 퇴직하게 되는 현실은 사람 한 명이 더욱 소중한 중소기업의 딜레마다. 그 가운데서, 10년 20년 뒤에도 살아남기 위한 “멀리 보는 연습”을 꼭 하시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