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건설부 정선영 기자
유통바이오건설부 정선영 기자

"국내 시장이 진짜 어렵습니다."

최근 만난 한 식품업체 관계자에게 실적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K푸드' 열풍으로 긍정적 대답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그마저도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일부 기업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식품업체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CJ제일제당만 봐도 3분기 누적 식품 해외매출(4조3123억원)은 작년보다 5.1% 성장한 것과 달리 국내매출(4조2836억원)은 2.8% 줄었다. 전체 식품 매출은 1.0% 증가한 8조595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6% 감소한 3872억원에 그쳤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매출 중 해외 비중은 50.2%로, 절반 수준이다. CJ제일제당처럼 해외 비중이 절반 정도 되는 기업도 해외 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1%의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실적에서도 드러났듯이 업계는 국내 사업을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치솟고 있고,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커 비용 절감 노력도 쉽지 않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9월 말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전반적인 물가 수준 측면에서 식료품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부처에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식품·외식업체를 대상으로 담합 등을 의심하며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국세청도 55개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물론 담합과 같은 불공정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 정부의 감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일방적인 기업의 책임으로 돌려 전방위적 통제에 나서는 것은 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것)과 같은 '꼼수' 인상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원재료 가격 추이, 환율, 물류비, 인건비 등 복합적인 요소를 점검해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일방적인 가격 조정이 있었는 지 구조적 측면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약 5개월 전 새 정부 출범 초기만해도 식품업계는 당혹감보다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한국을 문화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 개막을 내걸었다. 이 중 K푸드도 포함되면서 업계는 K푸드 시장이 정부 지원으로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의 눈치를 보기에 더 급급한 모양새다.

식품업이라는 특성상 필수 소비재이다보니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 개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오히려 지나친 개입은 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간 합동회의에서 재계 총수들과 만나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며 이같이 약속했다.

K푸드 열풍으로 이제 막 날아오르기 시작한 식품업계에도 강한 규제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날개 달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약속이 식품산업계에도 해당되길 바란다.

굿모닝경제 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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