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산업부 기자
이세영 산업부 기자

HD현대가 정기선 회장 체제로 새 출발을 알렸다. 기존 권오갑 회장 아래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던 HD현대는 '오너 3세 경영' 시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준 정 회장이 신사업 투자 측면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옛 HD현대글로벌서비스), 2020년 아비커스(자율운항 전문 기업) 출범 등을 주도하며 승부사적 결단력을 보여줬다. 또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주도해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11조원의 그룹 내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고, HD현대인프라코어는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및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으로 조선과 건설기계 부문의 사업을 재편한 정 회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자율주행 선박, '마스가'(MASGA,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등 미래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 회장은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등과 잇따라 만나며 SMR 추진 선박 개발과 해상 부유식 SMR 사업 등에 신경 쓰고 있다.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기업인 아비커스를 상장시키는 것도 정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특히 아비커스는 신사업 육성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 상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HD현대가 영위하고 있는 조선과 건설기계, 정유 등은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사이클 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경쟁 심화, 친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막대한 투자 등이 변수로 자리 잡고 있어 정 회장 주도의 체질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기선 회장은 그동안 'CES' 등 공식 석상에서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산업에 소프트웨어(AI·자율운항)와 친환경·탈탄소 기술이라는 미래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혁신이 성공한다면, HD현대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타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벗어나 고수익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기술 상용화 및 대규모 R&D 투자가 계획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최근 취임 일성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 빌더'가 되자"고 강조했다. HD현대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 회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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