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원장 [사진=제이라곰스피치]
박지연 원장 [사진=제이라곰스피치]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킬러 문항 방지법’, ‘영유아 조기교육 금지법’ 등의 법안을 발의하고, 가구별 사교육 총 지출 금액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교육 총량제’와 같은 의견까지 제시하면서 교육계의 논의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중 킬러 문항 방지법에 대해서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인식조사 결과, 국민의 76.3%가 법안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대상 교과 학습 사교육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 결과, 국민의 75.6%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현 교육시스템이 초래한 지나친 경쟁과 조기학습의 과열에 대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교육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교육의 질과 내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한 가지 접근법으로, 필자는 ‘하브루타’식 소통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식을 제안해 보려고 한다.

오늘날 교육의 방향성이 이전과는 다른 흐름을 조금씩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정답 중심, 암기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학생은 묻지 않고, 교사는 설명하며, 수업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느냐’를 평가하는 쪽으로 말이다.

실제로 필자가 스피치 수업을 진행해보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과정임에도 ‘정답’만을 찾기 바빠 단답식의 말만 늘어놓기 바쁘다. 

질문이 지식 습득의 출발이 아니라,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힘을 잃어가고 교육은 경쟁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지식을 외우고, 문제를 빠르게 풀어내는 능력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학습의 전부가 되어버리면, 학생들은 타인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는 힘을 기를 수 없다. 지식은 쌓이지만, 사고는 자라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는 교육의 방법과 내용 그 자체를 다시 성찰해야 할 때다. 그 중심에는, 소통과 질문이 살아 있는 수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하브루타는 유대인의 전통 교육 방식으로,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서로 질문하고, 반박하고, 다시 생각하면서 지식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학습법이다. 무엇을 외웠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했는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사고력을 넓혀 가는 과정이다. 여기에 핵심은 그 질문을 “왜” 했는지, 내가 그 생각을 “왜” 했는지이다.

실제로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학문과 과학, 금융, 법률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바로 이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며 배우는 교육 전통이 뒷받침 되었다는 분석도 많다.

국내 일부 학교나 사교육 현장에서도 하브루타의 개념을 응용한 수업 시도가 늘고 있다. 학생들은 책이나 지문을 읽고 단답식의 질문이 아닌 사고력을 요하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친구와 토론하고, 답을 유도하며 자신의 논리를 점검한다.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다시금 더 넓게 생각하는 것. 단순한 학습 효과를 넘어, 배움의 주체로 서는 첫걸음이다. 

킬러 문항 방지법, 조기교육 금지법 등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교육경쟁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 측면 외에도 소통 없는 교육의 한계를 마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아이들이 말하고, 듣고, 생각하게 된다면 삭막했던 우리 교육이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박지연 제이라곰스피치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초빙교수직을 병행하며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다양한 교육, 연구,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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