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빙그레는 20년 만에 빙과 '메로나'와 관련한 법적 분쟁에서 이겼다.
메로나는 빙그레가 1992년 출시한 제품이다. 현재도 멜론맛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그간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빙그레는 2005년 '메론바'를 판매하던 서주의 전신 효자원을 상대로 메로나와 포장지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후 빙그레는 2023년 서주를 상대로 '메론바'의 포장지가 메로나와 유사하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서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빙그레는 항소했고 지난달 21일 2심에서 승소하며 마침내 메로나 포장 디자인의 주지성을 획득했다.
빙그레는 작년 항소를 제기하며 메로나의 포장 자체로 식별력이 있고 이러한 이미지를 쌓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으며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초래한 경우가 수 없이 많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메로나의 종합적 이미지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아이스크림 포장의 한정된 형태를 고려할 때 보호될 수 있는 포장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러한 빙그레의 메로나 포장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주면서 서주는 메론바 포장지를 변경해야 한다.
그간 식품업계에서는 원조 제품과 유사한 모방 제품들이 수없이 출시됐지만 먼저 출시된 브랜드가 권리를 인정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대표적으로 1974년 초코파이를 출시한 오리온도 후발주자로 나선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와 1990년대까지 법적 공방을 벌였지만 브랜드명의 고유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자사 '컵반'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며 동원F&B와 오뚜기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유사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빙그레의 항소심 승소가 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모방 제품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선례가 생긴 셈이다.
모방 제품은 기업 간 경쟁 체제에서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하지만 제품 선택 시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기도 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K-푸드'가 각광받으면서 해외 기업들도 국내 제품을 모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됐다.
국내에서마저 제품의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해외에서도 그 권리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다.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모방 제품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굿모닝경제 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