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추진전략 "각자의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 부문과 교육부의 2025년 주요 업무 계획을 보면 눈에 들어온 교육 정책들이 있다.
바로 고교학점제 시행, 내신 5등급 체제 도입, 사회정서교육의 신설이다. 이 변화의 밑바탕에는 한 가지 공통된 흐름이 있다. 교육이 경쟁에만 머물 수 없다는 자각과 소통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고교학점제는 학생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정책이다.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고민하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선택이 된다. 학점제는 단순히 과목을 편성하는 행정적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다른 이와 협의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핵심이다. 과목 선택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주변의 멘토와 학생 간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기획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신 5등급제 전환은 학생들의 지나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학업 성취를 더 넓은 구간으로 평가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금의 세밀한 등급체계는 학생들에게 정밀한 서열화의 압박을 주게 되는데 5등급제는 이를 완화하는 장치다. 점수와 서열보다는 학습의 과정을, 결과보다는 학생들의 성장 스토리에 집중할 여지를 열어준다. 앞으로의 학교는 성적 경쟁의 장에서 과정의 공유와 소통의 기회를 확장하는 장으로 변화할 것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새로이 시행되는 사회정서교육은 마음의 건강을 돕는 교육이지만 그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성의 향상과 정서적 성장은 사람들과의 관계 가운데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 교육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의 장으로 사회정서교육이 들어온 것은 학생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언어와 태도, 소통의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정부와 함께 시작하는 새로운 교육 정책들은 제도의 개편을 넘어 학생들의 전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인 성장을 높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듯하다. 고교학점제와 새로운 내신체계, 사회정서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때 학생들은 소통에 기반하여 선택과 책임의 의의, 표현과 공감의 가치, 협력과 배려의 힘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학생들을 성적 경쟁의 틀에 가두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키워주겠다는 것. 성적에서 소통으로, 교육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 박지연 제이라곰스피치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초빙교수직을 병행하며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다양한 교육, 연구, 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