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 기업들도 중대재해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사고 건수가 줄어들 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대부분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건설업의 제도적·구조적인 원인 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최근 건설 업계의 반복되는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물론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건설업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며 초강경 대응을 방침을 거듭 시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건설사에 면허 취소, 공공입찰 영구 박탈, 과징금 부과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엄벌하라고 지시하며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달 중 종합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더 강력하게 건설사를 처벌하는 '일벌백계'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징벌적 대처 방식은 국내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미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역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설 업계에서는 사망사고가 잇따르며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에 건설 업계에는 공포와 초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의 전례 없는 초강경 대응 방침에 안전 관리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CEO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작업 현장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건설사가 크게 증가했다.
또 올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는 전국의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고강도 점검에 나섰으며, 경영진이 잇따라 사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9월에만 대형사 시공 현장에서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현장의 안전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매우 복합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런 사안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중대재해 근절은 불가능하다.
국내 건설업은 이면에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안전 보다는 실적 위주의 사업 구조, 고령화 및 비숙련 인력 증가 등 다양한 문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엮여있다.
결국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현실적인 대안과 근본적인 국내 건설업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대책을 내놓는다면 산업재해는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정부와 건설사는 사고가 발생한 후에 대처하는 '사후약방문' 방식이 아닌 사전에 저가 수주로 인한 무리한 공기 단축과 책임 없는 다단계 하도급 위주의 도급 방식부터 손질해야 한다.
지금처럼 저가 수주와 값싼 공사비로 인해 무리하게 공기를 맞추다 보면 현장 노동자들은 안전을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 될 수 밖에 없다. 또 형식상으로 이뤄지는 안전점검 보다는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안전을 위한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정부와 건설사는 근로자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드려는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는 생명과 직결돼 있는 만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정부가 예고한 처벌 위주의 공포감 조성 대처 방식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지만 건설사고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굿모닝경제 이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