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 5000’을 외치던 정부의 목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투자심리 위축과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2%로 인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법인세 최고세율은 24%에서 25%로, 3억원 이상 금융소득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율은 25%에서 35%로 올랐다. 매출 1조원 이상 금융사의 교육세율도 0.5%에서 1.0%로 두 배 높아졌다.
발표 직후 시장은 급격히 흔들렸다. 지난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 급락한 3119.41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3117선까지 밀리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외국인은 6565억원, 기관은 1조716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주인 삼성전자(-3.5%)와 SK하이닉스(-5.67%)가 급락하면서 코스피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개미투자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집값은 대부분 10억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추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형평성을 무시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높다. “코스피 5000은 커녕 3000선 지키기도 어렵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배당소득 과세 강화로 가치·배당주의 매력도 약화되면서 장기투자자들의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증권사 IB(투자은행 부문)들도 곤혹스럽다. “글로벌 딜 참여와 신규 프로젝트 계획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IPO와 대형 M&A 추진마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자산운용사 또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는다. 펀드 매니저들은 “세금 부담 증가는 포트폴리오 조정 압력으로 이어지고, 단기 수익성과 장기 성장 전략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졌다”고 전한다. 일부 운용사들은 국내 투자 매력도 하락을 이유로 해외 비중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단순히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의 반복적 변화와 불확실성은 투자자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 하루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말하다가, 다른 날은 과세 강화를 내세우는 식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서 투자자와 증권사 모두가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큰 아이러니는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과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전략과, 동시에 기업과 자산가 부담을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정책 모순은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은 이해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세부 시행 계획과 경제적 파급 효과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하면 시장 혼란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투자자와 업계의 불안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금융시장 참여 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세제개편안은 정부가 의도하는 금융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와는 반대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증권·자산운용사들의 전략적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책의 설득력과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세제는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레버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성장 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정책 설계자들은 공정과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신속히 고민해야 한다. 또한 정책을 이랬다저랬다 바꾸는 모습은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장기적 투자심리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투자자,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느끼는 불안과 한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굿모닝경제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