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원장 [사진=제이라곰스피치]
박지연 원장 [사진=제이라곰스피치]

취업이나 이직준비생의 면접 준비를 함께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챗(Chat)GPT로 작성한 면접 예상 질문을 외웠는데, 막상 면접장에서는 말문이 막혔어요. 질문이 조금 바뀌니까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요즘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등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케치가 Z세대 구직자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AI 툴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중 가장 많이 활용한 분야가 자소서와 이력서 작성이 51% 정도였고, 면접 질문 및 답변 준비는 약 31%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면접을 보거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AI가 내놓은 답변을 온전히 내 상황에 맞게 사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채용 과정에서도 좋은 평가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를 보아도 응답 기업의 64.1%가 챗GPT로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부정적이라고 평가했고, 만약 AI 활용이 확인되면 감점하거나 불합격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었다고 한다.

생성형 AI들은 정보를 재구성하고 논리를 확립하는 데 매우 유용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채용시장에서는 논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의 온기’이다. AI가 정제한 문장은 매끄럽지만 거기엔 나의 경험에서 우러난 언어, 나만의 표현, 고민과 사고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소개서도, 면접도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바탕으로 나의 경험, 감정, 생각, 철학을 전달하는 진솔한 소통의 과정이다. AI가 모범적인 답변을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기에 말을 이어갈수록 공허해지고 질문이 조금만 바뀌어도 대답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인적자원(HR)을 담당했던 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너무 잘 쓴 자기소개서나 모범적인 면접 답변은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한다. 획일화된 말투나 과하게 정제된 표현, 진실성이 부족한 경험 등은 ‘지원자의 언어’가 아닌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AI는 무척 빠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나에 대한 고찰의 시간들이 오롯이 주어지지 않는다.

채용 과정뿐 아니라 입사 이후의 발표나 보고, 업무협의, 미팅 등에서도 요구되는 것은 정보의 전달을 넘어 말을 하는 화자의 주체성과 정체성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생성형 AI의 시대, 나는 지금 나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지 자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박지연 제이라곰스피치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초빙교수직을 병행하며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다양한 교육, 연구,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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