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LG 사이의 '배터리 악연'이 최근 '해빙' 무드를 띠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배터리 시장 공략이라는 목표 아래 SKC의 동박 제조 자회사인 SK넥실리스가 배터리 셀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공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SKC는 "양사 간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 진행 중이나 공급 계약과 관련해 합의된 사실은 없다"고 공시했다.
SK넥실리스가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용 동박을 공급하게 된다면 10년 이상 지속돼온 SK와 LG의 '배터리 악연'이 청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2011년부터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특허 및 기술 유출 갈등을 빚었고, 잇따라 소송전을 펼쳐왔다. 양사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집중 투자를 해온 사업인 만큼, 자존심 경쟁이 치열했다.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이 문제를 제기하면 SK이노베이션이 반박하는 방식으로 되풀이됐다.
2021년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양사 간 배터리 사업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당시 SK넥실리스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의 기존 동박 납품을 접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관세정책 강화로 자국 생산을 유도하면서, 미국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양사가 그간 쌓아온 감정을 털어내고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SK와 LG의 화해 무드는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지난 4월에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LG에너지솔루션에 분리막 공급을 시작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는 동박 등 중국산 부품과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산 동박은 미국이 기존에 26%의 관세를 부과한 데 더해 최근 20%를 추가해 관세율이 46%까지 오른 상태다. 배터리 소재의 '탈(脫)중국'에 힘써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고객사를 다양화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는 게 최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SKC는 SK넥실리스의 실적 부진 탓에 올해 1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득세하는 가운데 고정 수요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계약이 성사된다면 '탈중국 공급망 강화'와 '실적 부진 탈출'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와 LG 모두에게 전략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