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협상 체제로 전환···"시장 변화 즉시 반영해"
미국발 관세에 수주 공백까지···협상 변수 줄줄이

HD한국조선해양이 2023년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2023년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올해 3분기 후판 가격을 둘러싸고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 간의 협상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철강사들은 톤당 85만원 안팎의 인상안을 제시한 반면 조선사들은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맞서면서 협상 장기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분기 협상 체제로 전환···"시장 변화 즉시 반영해"

24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 간의 후판 가격 협상은 기존 반기 단위에서 최근 분기 단위로 전환되고 있다.

철광석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글로벌 철강 수급 상황, 환율 흐름 등 대외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반기 단위 조정으로는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철강업계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원가 상승 요인을 가격에 즉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업계 역시 수주 시장의 변동성과 건조 원가 부담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가격 조정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감산 정책과 한국 정부의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 물량이 감소하고 국내 공급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철강사들은 가격 인상 근거로 ▲중국발 공급 축소 ▲반덤핑 관세 효과 ▲원가 부담 확대 등을 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철강 감산 정책과 한국 정부의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로 수입 물량이 감소하면서 국내 공급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2분기 후판 가격은 톤당 80만 원 초반대로, 기존 70만 원 선에서 약 10만 원 인상됐지만 철강사들은 여전히 수익성 회복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기요금·인건비 상승, 철광석 등 원료 가격 급등은 후판 생산 원가를 지속해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 수준의 가격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며 "글로벌 공급 여건과 비용 구조를 고려하면 적정 마지노선이 톤당 85만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반면 조선업계는 인상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후판은 선박 원가의 최대 15~2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가격이 오르면 즉각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수주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가 인상은 글로벌 수주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계 수주는 1938만CGT(647척)로 전년 동기(4258만CGT·1788척) 대비 54% 감소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강점을 가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도 줄어드는 추세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2~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향후 수주 경쟁에서 가격 제안의 제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톤당 80만 원을 넘는 순간부터 글로벌 발주처에 제시할 견적이 부담스러워진다”며 “가격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미국발 관세에 수주 공백까지···협상 변수 줄줄이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기간에 결론 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의 견해차가 큰 데다 외부 변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변수는 미국의 철강 관세 정책 변화다. 미국이 한국 철강 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 여건이 악화돼 국내 철강사의 내수 중심 판매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국내 철강·조선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여기에 국제 철강 시황, 원자재 가격, 환율 등 거시 환경도 가격 결정의 주요 변수다. 조선 수주 시장의 변동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발주가 활발해지면 조선사의 협상력이 커지겠지만 반대 상황에선 철강사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적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철강·조선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김소라 기자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