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고관세 장벽을 '현지화'와 '고부가 수출'이라는 양대 전략으로 돌파하려는 K조선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문제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동시에 미국내 대체재가 없는 고부가 상품 수출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지난 6월부터 철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하면서 관세 장벽을 높게 쳤다. 여기다 8월 1일부터 상계 관세 25%를 예고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에 기존의 50% 관세에 25% 관세가 추가되면서 75% 관세를 매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미국 당국과 농산물 개방 등 여러가지 카드와 함께 관세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이와 별도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美 수출 막히고, 中은 밀려들고…K-철강 '이중고'

17일 미국 철강협회(AISI)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철강 출하량은 750만 7349톤으로 작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출하량 또한 3729만톤으로 1.9% 늘었다.

아직은 크지않은 수치지만 향후 미국 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본격화할 경우에 미국내 철강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한국의 대미 수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입산 철강에 대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미국 내 철강 제조업체들의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미국산 철강에 대한 수요를 증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철강 수입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철강 수입량은 248만 톤으로 작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은 작년 동기 대비 8% 감소했고 수출액은 16% 줄어든 3억27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 단가 역시 톤당 1295달러로 9.4% 하락했다. 

관세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 마진을 줄인 채 수출을 이어간 결과로 업계 전반의 생산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미측과의 협상을 통해 연간 263만 톤의 철강에 대해 무관세 수출이 가능한 쿼터제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올들어 폐지된 바 있다. 미국 내 철강 생산 확대 기조와 맞물려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 시장이 막히자 중국 철강업체들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내수 침체 해소와 생산 과잉 조절을 위해 동남아와 동북아시아로 철강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고급화·효율화·시장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 '현지화'와 '고부가 전략'으로  구조 전환 가속 주목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고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철강사들은 현지 생산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라는 두 축의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8조 5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270만톤 규모의 친환경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 

오는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기아의 북미 공장에 자동차용 고급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북미와 중남미까지 포괄하는 공급망 거점으로 육성될 계획이다.

포스코 또한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참여를 검토하는 등 미국 현지 생산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미국 내 철강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한 통상 리스크 완화라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세아제강은 이미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유정용강관 및 열처리 공장을 인수하여 현지 조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세 위험을 일부 완화하고 미국 내 에너지강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수출 물량 확대보다는 특수강, 자동차용 강판, 에너지용 강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출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높은 관세로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들 고부가 제품은 미국내 대체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관세 장벽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고 중국발 저가 공세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위기가 오히려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과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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