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군수뇌 폭격에 전면전 우려 제기
이란 "가혹한 응징" 경고···트럼프 행정부, 방관 입장이 사태 키워
李 "제일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경제 피해 없게 관리감독"
정유·석화·해운 등 산업계 여파 주시···국제유가 상승시 부정적 영향

이스라엘 공습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공습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과 군 수뇌부를 폭격해 중동에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가혹한 응징"을 경고하는 등 대규모 보복에 나설 태세다.

◇이란의 '레드라인 경고' 무시한 이스라엘···중동 전면전 가능성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내 표적 수십 곳에 선제타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에서 핵 시설을 공습하고, 군 수뇌부를 암살해 전면전 우려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그동안 이란이 자국 내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뚜렷한 '레드라인'(위반할 경우 대가를 반드시 묻겠다는 기준)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의 이란 내 핵시설 공격안을 확전 우려 때문에 막아왔다는 점에서 자칫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에서 핵시설 공격과 함께 핵 과학자들도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의 역내 군사 전략을 주도하는 군 수뇌부들에게까지 표적 공습을 가해 살해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트럼프 정부의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잔혹행위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역내 전쟁에 조 바이든 전 정부보다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폭격을 만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극우 정권은 자국이 유대인 국가로서 존립하는 데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지목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이면서 방관적인 태도를 이란 공격의 기회로 간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정세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빌미를 제공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시설을 둘러싸고 교착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다. 반면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자국 내에 새로운 농축시설을 추가로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이스라엘은 선제타격 단행과 동시에 이란의 드론, 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정부도 최근 이라크 주재 대사관 인력 등 이란의 보복에 취약한 지역에 있는 자국인들의 피신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따라 이번 사태가 더 확산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대규모 미사일, 드론 공습을 첫 선택지로 예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 대통령,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 주재···"경제·안보, 정부의 중요한 책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건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라며 "현지 우리 교민들의 상황을 잘 파악해 피해가 있는지, 피해 예방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유가와 환율, 주가 등 변동이 커지는 점을 언급하면서 "안정화 국면을 지나고 있던 우리 경제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로 빠지고 있는 것 같다"며 "외부 충격 때문에 우리 경제가 더 이상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이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 "우리 정부에서 충분히 필요한 조치를 잘해 나갈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며 "하던 일을 열심히 잘하시면 저희가 최대한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충분한 조치를 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유·석화·해운 등 산업계 여파 주시···국제유가 상승시 부정적 영향

중동 지역의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자 국내 산업계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원유가 급등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 예상되는 사태에 대비해 특별대책 수립을 검토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가 상승 시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지만 원유 도입 비용 증가라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또 이번 사태가 중동 전쟁의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 위축에 따른 원유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국제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동반 상승해 제조 원가가 높아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중동, 중국 등 경쟁국과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할 경우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중동 노선을 운용 중인 HMM 등 국내 해운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확산돼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다른 노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2023년 10월 홍해 사태 이후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운항 중단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국제 유가 상승 시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굿모닝경제 이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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