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태생, 페루 빈민가에서 오랫동안 사목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측근···중도 성향, 개혁-보수 균형 전망
선출 후 첫 일성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새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8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cdn.goodkyung.com/news/photo/202505/263564_232053_150.jpg)
미국 출신의 첫 교황이 탄생했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이틀 만에 선출된 첫 미국 출신 교황은 '레오 14세'로 즉위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선출했다.
콘클라베 이틀 동안 네 번째 투표 끝에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결정됐다.
새 교황의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생으로 미 시카고 태생이다.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교황을 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미국인이면서도 빈민가 등에서 사목한 그의 행적이 교황 선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레오 14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주교부는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특히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여성 3명을 처음으로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레오 14세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선출이 확정된 이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라고 첫 발언을 했다.
이어 페루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이어갔다. 이후 전 세계인에게 내리는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마무리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명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 교황이 탄생한 건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7일 만이다.
교황 즉위 미사는 일반적으로 선출 후 일주일 내에 이뤄진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다음 날인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과 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오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발코니에서 첫 축복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국 출신 첫 교황 탄생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