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우리나라의 첨단 바이오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바이오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드넓은 가능성의 신대륙, 첨단바이오 시대 개막"을 슬로건으로, 오는 203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민·관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2029년까지 공공 바이오의약품 파운드리를 구축해 기술력은 갖췄지만, 제조설비가 없는 기업의 생산을 지원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원래 위원회는 지난해 출범할 계획이었지만 계엄령과 탄핵사태 등으로 해를 넘기고 말았다. 더구나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향후 정상적인 정책 수립과 지속 추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위원회의 종속시한도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2027년 중반 이후 지속 운영을 위한 법적근거도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대만은 우리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대만은 경제부 주도로 지난 2023년 5월 바이오의약품 제조회사인 '대만생물의약제조(TBMC)'를 설립했고, 올 하반기에 첫번째 생산라인이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TBMC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TSMC처럼 고객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개발생산(CDMO)하는 '바이오 파운드리'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일시적인 백신 부족사태를 겪은 대만은 의약품 CDMO의 중요성을 깨닫고, 첨단 바이오의약품을 신속히 제조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로 TBMC를 세웠고,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데이비드 장 TBMC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CDMO 기업이 시장을 확대하려면 먼저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대만의 지적재산권 보호 이미지는 유럽, 미국 제약사에 깊이 인식돼 있으며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통해 TBMC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TSMC의 기업이념인 "고객과 절대로 경쟁하지 않는다(The Company ensures that it never competes with its customers)"는 원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총생산능력 78만4000리터(올해 5공장 완료 포함)로 선두권에 올라있다. 하지만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TBMC의 추격이 본격화되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의약품에서도 양국 대표기업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정상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비롯해 구체적인 정책 수립, 추진, 지원 대책 등이 신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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