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념적 차이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현상인 '정치적 양극화'.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는 단순히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화제나 소셜미디어를 달구는 흥미로운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의견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적대시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몇 해 전 기자는 한 노포에서 나이 든 어르신들이 화롯불보다 더 뜨겁게 정치와 경제를 주제로 토론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그들의 정치적 견해는 극명히 갈렸다. 한쪽에서는 "ㅇㅇㅇ은 그게 정치인이야? 주먹질하는 사람하고 다를 게 뭐야"라며 비난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ㅇㅇㅇ이는 얻어걸린 거지. 잘한 게 하나도 없어. 없는 사람 더 없게 만드는 게 사람이야"라고 응수했다.
처음에는 열띤 논의처럼 보였던 이들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를 비난하는 수위가 높아졌다. 정치적 신념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잃게 했고, 결국 삿대질과 멱살잡이로 이어졌다. 노포 사장이 겨우 중재해 진정됐지만, 이 상황은 정치적 양극화가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어떻게 사회적 갈등으로 치닫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충분했다.
정치적 양극화는 이제 개인 간 갈등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상대를 적대시하며 공론의 장은 건설적 토론이 아닌 비난과 공격의 장으로 변질됐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사건으로 촉발된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폭동은 정치적 양극화가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인 결과를 여실히 드러냈다. 법치와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입장이 대화와 조정을 통해 해결되기보다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치달았다. 이처럼 정치적 양극화는 단순한 이념적 대립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 신뢰와 안정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통합과 조정'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군중을 선동하거나 특정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리더십이 아닌, 사회를 하나로 묶고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이어야 한다.
리더십은 특정 이념이나 정파의 대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현재 직면한 우리 사회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공감과 통합의 리더십이 유일한 열쇠라고 본다. 모든 목소리를 존중하고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현실화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지난 20일 "미국의 쇠락은 막을 내릴 것이고 미국의 힘과 번영을 영원히 다시 가져오는 새날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고율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와 대중국 견제 강화에 방점이 찍힌다.
이는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중국과 남미에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안보 부담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어서 우리나라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통령 리더십 부재라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이 위기 상황에서 민간과 긴밀히 협력해 대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빠르게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정상외교와 한미 동맹의 특수성을 강조해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미국에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미국과 조선업 협력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감과 통합의 리더십이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성숙한 사회와 강력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하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굿모닝경제 윤은식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