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감,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재차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 7월부터 무려 22차례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금리를 올렸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연이어 올렸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고 이복현 원장은 시장 개입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시장 개입 시그널이 나온 이후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카카오뱅크까지 주담대의 만기를 축소하고 한도를 줄였다. 특히 일부 은행은 1주택 및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대출 절벽'이라며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 원장의 관치금융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까지 불러일으켰다.
또 피감기관인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세를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도 등장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은행권 자율적 관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원장은 지난 10일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말처럼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융수장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시장의 혼란은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가계대출 증가로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또 "금리 상승만으로 안된다"는 시그널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제한 조치를 취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의 문을 두드렸던 실수요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만들었다.
감독당국 수장의 말은 무게감이 다르다. 금융사들은 그 무게감에 눌려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더 이상의 과도한 시장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
굿모닝경제 강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