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약품그룹의 고(故) 임성기 창업주 가족들이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지분 경쟁을 펼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분쟁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항생제 제조기술 수출을 하고, 국내 1호 개량신약 개발과 1호 복합신약 개발 등 신약개발에 가장 앞장선 대표 제약사로 유명했다.
이는 제약계 1세대 경영인인 임성기 회장의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의 뜻이 오롯이 반영된 탓이다. 고인은 매년 매출액의 최대 20%에 이르는 거금을 혁신 신약개발에 투자하며 "R&D 없는 제약기업은 죽은 기업, R&D는 나의 목숨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약학 전공자로서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약품을 신약개발의 주역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백신을 비롯해 항암제 등 미정복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우수한 역량을 갖춘 약학 전공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대정원 확대 이슈로 우수 인재들이 의대 입시에 몰두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37개 약학대학의 2023년 기준 자퇴·미복학 등 중도탈락 학생은 286명이다. 이는 2021년 8명, 2022년 202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약대 입학생 1745명 중 16.4%가 중도탈락한 것이다.
2022학년도부터 약학과 신입생 선발은 기존 '2+4년'(대학 2년 수료+약학대학자격시험 합격 후 약대 4년)에서 '통합 6년제' 선발로 전환됐다. 보통 약대, 의대 등 의약학계열은 자연계 수험생 가운데 상위생이 지원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올해 정부가 의대정원을 확대하면서 약대 재학생의 수능 도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입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학계열 신입생 선발인원은 총 6967명이다. 의대(3091명), 약대(1948명), 한의대(761명), 치대(642명), 수의대(525명) 순으로 많았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정원이 4567명으로 늘어나 약대, 치대 등으로 가야할 상위귄 학생이 의대로 입학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종로학원 자료 기준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 정시모집 기준 국어·수학·탐구 영역 백분위 평균 최저 합격점수는 95.33점이다. 2025학년도 정시에서 정원확대로 의대 최저 합격점수는 94.0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국 약대생은 물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일반학과 111개 중 90개 학과(81.1%) 재학생의 성적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약사자격증은 약국 개국 등 고소득의 안정적인 전문직을 대표하는 직업이었지만 최근 4년제 한약학과, 혁신신약학과 등의 도전에 직면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약학계의 하소연이다. 약대를 졸업하고 신약개발에 일생을 바친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처럼 제2, 제3의 임성기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는 신약개발의 요람인 약학대학 발전을 위해 재학생, 약사, 제약사 연구원에게 귀를 기울여 할 때이다.
굿모닝경제 허우영 유통바이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