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사상 최초의 파업이다.
특히 외신들이 이번 파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오랜 침체가 끝나고 호황이 막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시기에 노조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 반도체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파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어 보인다.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이른바 '배부른 파업'이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삼노가 파업에 들어가자 일부 여론과 언론은 "억대 연봉을 받는 '꿈의 직장'에 다니면서 무슨 임금을 더 올려달라는 파업이냐"는 뭇매를 때렸고, 일부 직장인들도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라고 격한 반응을 내보였다.
삼성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많은 건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2000만원이다. 전년 1억3500만원에 비해 1500만원(11.11%) 줄었지만, 지난해 직장인 평균 연봉 4781만원(한국경영자총협회 '2023년 기업 규모 및 업종별 임금인상 특징 분석')에 비해 3배 가까이 많다.
전삼노는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급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와 성과 인상률 2.1%)로 정했었다.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성과급에서 촉발됐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의 부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15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그래서 초과이익성과급(OPI)이 '0%'로 책정되자 9000명대였던 조합원수가 지난해 12월 1만명을 돌파한 이후 15일 기준 조합원수가 3만3000여명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조합원 대부분은 반도체 부문 소속이다. 수입감소가 조합원 수 증가에 가장 큰 이유로 읽힌다.
같은 회사 내 다른 사업부에서 성과급을 받지 못해도 아무 말 않고 있던 반도체 부문이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적자가 나면서 성과급을 받지 못하자 공장을 멈춰 세우겠다며 '협박'하는 것에 대해 날선 눈초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삼노는 '회사가 노조를 무시해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가 노조를 무시한 것에 화나 난 건지 돈을 더 달라고 부리는 생떼를 회사가 받아주지 않아 화가 난 건지는 모를 일이다. 일각에선 전삼노가 단체의 위력으로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집단이기주의로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공통된 목적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해'서다. 즉 노동자의 권익 보호가 노조의 존재 이유이자 역할이다. 그래서 배부른 노동자의 파업은 그들만의 귀족 계급을 더욱 공고히 하고 더 나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진입을 가로막고 고액연봉자와 저임금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욕심일 뿐이다.
전삼노는 "반도체 공장 자동화와 상관없이 설비와 점검 등 관련 인원이 없으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 차질을 총파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생산 차질을 무기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상황인데, 지금 전삼노가 벌이는 행동을 감안한다면 파업의 목적이 노동자 권익보호보다는 돈을 위해 그들의 힘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낸 삼성전자는 지금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파운드리에서는 대만의 TSMC와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머리띠를 두르고 내부에서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라 조속히 파업을 멈추고 현장으로 돌아가 힘을 모아 외부 경쟁자들과 맞서야 할 때다.
굿모닝경제 윤은식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