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조 규모로 성장…SKC 1위, 롯데 4위로 '톱5' 안착
SKC, 2025년까지 연산 25만톤 확보…"고사양·고품질 제품 지속 개발"
롯데, 2027년까지 연간 23만톤 생산…"2030년 배터리소재 매출 7조"
고려아연·솔루스첨단소재도 증설 경쟁…LG화학은 내재화 검토 중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사진=SKC]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시장이 뜨겁다. IRA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진 않지만 국내 동박 업체들은 완성차·배터리사들이 진출한 북미에 공장을 지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고려아연, 솔루스첨단소재 등이 중국, 대만, 일본 업체들과 동박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동박은 전류가 흐르는 이동 경로로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방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두께가 10㎛(1㎛은 100만분의 1m) 이하로 얇기 때문에 공정이 까다롭고 불량률도 높다. 공장을 지어도 제품 생산까지 수년 이상 걸려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배터리셀 제조 기업들이 내재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소재로 거론된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의 필수 소재다. 주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간 25%씩 성장하며 2025년에는 1600억달러(약 182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동박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용 동박 시장은 2021년 27만톤에서 2025년 75만톤(약 10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동박은 IRA에서 ‘구성요소’로 분류돼 보조금 혜택을 받는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동박 제조사들은 고객사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북미 진출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점유율. [자료=SNE리서치, 이베스트투자증권]
2021년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점유율. [자료=SNE리서치, 이베스트투자증권]

글로벌 동박 1위 업체는 SKC의 동박 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세계 동박 시장에서 SK넥실리스는 점유율 22%로 1위에 올랐다.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3%), 중국 자위안커지(9%), 중국 눠더구펀(7%), 일본 닛폰 덴카이(5%), 일본 후루와카(2%)가 뒤를 이었다.

SK넥실리스는 연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톤 규모의 동박 공장을 가동한다. 내년부터는 연산 5만톤 규모의 폴란드 스탈로바볼라 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또 북미 지역 투자에도 착수해 각 지역 배터리 제조사의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연산 5만톤 규모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현재 증설 후보 부지를 검토 중이다.

SK넥실리스는 2025년까지 한국(정읍 1~6공장)과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연산 25만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C 관계자는 “해외 거점을 대상으로 추가 대규모 해외 증설을 진행 중”이라며 “고객 접근성, 전력비, 인건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월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에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동박을 공급하기로 했다. 회사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 중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해 외형과 수익성을 더욱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모습. [사진=SKC]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모습. [사진=SKC]

SK넥실리스는 업계에서 가장 얇고(4㎛·머리카락 두께의 30분의 1), 가장 넓고(폭 1.4m), 가장 긴(최대 77㎞)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65㎏f/㎟ 인장강도를 지닌 초고강도 U동박을 양산 기술도 확보했다.

SK넥실리스는 인장 강도 40~65㎏f/㎟ 범위 내 총 4종에 이르는 고강도 동박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고강도 동박은 배터리 고용량화 추세에도 좋은 솔루션이 된다. 얇은 동박을 적용하면 음극물질 코팅량을 늘려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공정상 불량 리스크가 생긴다. 고강도 동박을 사용하면 이같은 리스크가 감소한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고용량화, 생산성 향상이 중요해지면서 고강도 동박 시장도 수년 뒤에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꾸준한 연구개발로 고사양·고품질 제품을 개발해 배터리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넥실리스 동박 생산능력 전망. [자료=SKC, 대신증권]
SK넥실리스 동박 생산능력 전망. [자료=SKC, 대신증권]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뒤 지난 3월 출범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현금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향후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 거점을 통해 2027년 23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매출 목표가 당초 2030년 5조원이었는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후 매출은 보수적으로 봐도 7조원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동박 생산능력 전망. [자료=롯데케미칼, IBK투자증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동박 생산능력 전망. [자료=롯데케미칼, IBK투자증권]

고려아연도 글로벌 동박 시장 확대를 위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고려아연은 당초 동박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6만톤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목표량보다 두 배 많은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 설비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연간 12만톤의 동박 생산이 가능한 티타늄 드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티타늄 드럼은 동박의 폭과 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설비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2026년까지 유럽과 캐나다에 각각 연산 10만톤, 1만7000톤 규모의 동박 공장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재 밸류체인 확대를 꾀하고 있는 LG화학도 동박으로 ‘영역 확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민 LG화학 전지소재연구소장은 지난달 12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자체 동박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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