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수입 의존…콩고민주공화국, 매장량 1위
포스코퓨처엠·LG화학, 中업체와 손잡고 원자재 확보
배터리 3사, 글로벌 업체로부터 안정적으로 수급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진설화 화유코발트 동사장이 계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진설화 화유코발트 동사장이 계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LG화학]

‘K-배터리’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중 하나인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발을 넓히고 있다. 다른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처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배터리 소재기업들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글로벌 코발트 기업과 손잡고 코발트 수급에 나서고 있다.

코발트는 단독으로 채광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구리 또는 니켈 광산에서 부산물로 생산된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에 사용되는데, 특히 양극재의 부식·폭발 위험을 제어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전 세계 코발트의 약 70%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돼 사실상 독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2021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콩고민주공화국이 350만톤으로 가장 많았고, 호주(140만톤), 인도네시아(60만톤), 쿠바(50만톤), 필리핀(26만톤)이 뒤를 이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 수출량의 약 95%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코발트 수입량의 9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최대 수입국이다. 이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에 대규모로 투자해 광산의 약 70%를 보유하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발트는 리튬, 니켈에 비해 시장규모가 크지 않지만 배터리의 핵심 광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채굴·제련 등 생산 과정에서 다수의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돼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고 있고, 배터리 성능 향상 및 가격 경쟁력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내 코발트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코발트 수요는 배터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1년 약 16만톤에서 2030년엔 26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제련 코발트(순도 99.8% 이상) 시장에서는 중국이 64%를 공급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한 코발트를 중국으로 가지고 와서 중국 내 코발트 제련 전문 기업이 배터리용 코발트로 가공하고 있다.

2021년 기업별 제련(정련) 코발트 생산량 전망치를 보면, 중국의 제련 코발트 생산량이 다른 나라 코발트 생산 기업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중국의 경우 제련 기업별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국가 단위로 산정됐다.

2021년 기업별 제련 코발트(정련 코발트) 생산량 전망(단위 : 미터톤). [자료=Statista]
2021년 기업별 제련 코발트(정련 코발트) 생산량 전망(단위 : 미터톤). [자료=Statista]

대표적인 글로벌 코발트 생산 기업으로는 스위스 글렌코어와 중국 차이나몰리브덴이 꼽힌다. 세계 1위 코발트 생산업체인 글렌코어는 다수 배터리·완성차 업체들과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은 중국 코발트 업체와 손잡고 원자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3일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기업 중국 화유코발트와 1조7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 중 1조2000억원을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라인을 짓는 데 투자한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섞은 화합물로,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다.

LG화학은 지난달 17일 화유코발트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202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 6공구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연산 10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이 한국에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IRA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을 가공할 때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전체의 50%를 넘어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제조한 광물 비중이 40%(올해 기준) 이상이어야 해당 광물을 적용한 전기차가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포스코그룹과 화유코발트가 중국 퉁샹시에 운영 중인 합작법인.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그룹과 화유코발트가 중국 퉁샹시에 운영 중인 합작법인. [사진=포스코퓨처엠]

배터리 제조사들도 코발트 수급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로부터 올해부터 3년간 황산코발트 7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황산코발트는 코발트 원광을 가공한 것으로, 니켈, 망간과 혼합해 배터리 양극활물질을 만드는 기초 소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밖에 호주 AM, 호주 QPM으로부터 각각 코발트 7000톤, 700톤을 공급받고 있다.

SK온은 글렌코어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전기차 약 30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 양이다.

SK온은 코발트 구매 과정에서 윤리적인 책임도 다한다. 양사는 매년 제3자의 기관으로부터 코발트 생산 과정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는 데 합의했다. 이는 광물 관련 글로벌 협의체인 RMI(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의 ‘코발트 정제 공급망 실사 표준’에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광물 구매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배터리 사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글렌코어와 최대 2만1000톤 규모의 코발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RMI가 규정한 ‘코발트 정제 공급망 실사 표준’에 맞춰 매년 콩고민주공화국 내 사업장 검사를 받기로 합의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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