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분리막 시장, 2025년 11조원으로 성장
SKIET, '티어1 습식 분리막' 세계 1위…북미 증설 완료시 40억㎡ 확보
WCP, 2025년까지 23억㎡ 목표…삼성SDI와 장기 공급계약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SKIET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IET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중국을 넘어 유럽, 미국 시장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하이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하이엔드 분리막 중에서도 가장 품질이 뛰어난 ‘티어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자 북미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 중이다. 기존 예정돼 있던 폴란드 2~4공장 증설과 함께 북미 지역에도 공장을 확보해 IRA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IRA 세부 지침에 따라 전기차 세액공제의 절반인 3750달러를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 비율이 5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 비율은 내년부터 매년 10%씩 높아지며 2029년에는 모든 배터리 부품을 북미산으로 조달해야 한다.

SKIET 폴란드 법인 생산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IET 폴란드 법인 생산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분리막은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해 화재나 폭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광물을 가공해 만들어지는 것과 다르게 분리막은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세계 분리막 시장은 수년 내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분리막 시장 규모는 2021년 4조1000억원에서 2025년 11조원으로 연평균 28%가량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서 배터리 분리막 제조가 가능한 회사는 SKIET, 더블유씨피(WCP), 에너에버 등 3곳이다. 에너에버는 ‘건식’과 ‘습식’ 두 종류의 분리막을 모두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분리막은 제조 방식과 원재료에 따라 크게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 분리막은 공정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두꺼워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습식 분리막은 건식에 비해 얇고 밀도가 높아 상용 전기차 대부분에 탑재되고 있다. 다만 습식 분리막은 기술 장벽이 높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되며 설립된 SKIET는 2020년 기준 글로벌 티어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일본 아사히 카세이와는 2.8%포인트 차이가 난다.

전체 전기차용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차지하는 프리미엄 습식 분리막의 비중은 2018년 44%에서 2025년 6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2023년을 기점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별(왼쪽), 국가별 글로벌 분리막 시장점유율. [자료=IBK투자증권]
업체별(왼쪽), 국가별 글로벌 분리막 시장점유율. [자료=IBK투자증권]

전체 분리막 시장에서는 중국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저가 제품,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2020년 기준 5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35%)과 한국(12%)이 뒤를 잇고 있는데, 두 나라 모두 습식 분리막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중국 셈코프가 22%로 1위며, 일본 아사히 카세이(18%), 일본 도레이(12%), 한국 SKIET(12%), 중국 시니어(10%)가 2~5위를 달리고 있다.

SKIET는 한국(증평·청주)을 비롯해 중국, 폴란드에 LiBS(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거나 증설할 예정이다. 2024년 폴란드 2~4공장까지 증설이 완료되면 SKIET의 글로벌 LiBS 생산능력은 27억3000만㎡까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북미 지역 공장을 세우면 생산능력이 40억2000만㎡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예측하고 있다.

SKIET LiBS(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 생산능력 추이 및 전망. [자료=SKIET]
SKIET LiBS(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 생산능력 추이 및 전망. [자료=SKIET]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IRA 세부 지침에 분리막이 포함되면서 중국 공급망을 제외하고 미국 내 수요에 대응하게 됐고, 고객사 다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SKIET 관계자는 “북미 지역 분리막 공장 설립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철중 SKIET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SKIET 폴란드 법인 분리막 생산공장을 방문해 LiBS 생산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철중 SKIET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SKIET 폴란드 법인 분리막 생산공장을 방문해 LiBS 생산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런 가운데 김철중 SKIET 사장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부터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위치한 1공장을 방문해 분리막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현지 지역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충청북도 증평, 중국 창저우에 이어 폴란드를 연달아 방문하면서 분리막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SKIET는 또 이달 초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9위 기업 신왕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IET가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대량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향후 중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 신왕다가 진출을 준비 중인 유럽에 분리막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WCP 분리막 생산능력 전망. [자료=WCP, 유진투자증권]
WCP 분리막 생산능력 전망. [자료=WCP, 유진투자증권]

SKIET에 이은 국내 2위 배터리 분리막 제조업체는 더블유스코프(W-Scope) 계열사 더블유씨피(WCP)다. 이 회사는 삼성SDI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고, 2025년까지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6월 헝가리에 분리막 생산공장 증설(연산 12억㎡)을 위해 약 7억유로 투자 계획을 밝혔고, 프랑스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해외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WCP는 국내 증설까지 포함해 2025년까지 국내·외에 총 23억㎡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생산능력의 약 3배에 가까운 규모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기준 7%대에서 2025년까지 13~14% 내외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최원근 WCP 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상위 6개 기업 중 5개 기업으로부터 납품 제안을 받고 있다”며 “아직 생산능력이 부족해 고객사를 선별하는 상태다. 추가 증설 이후 대형 고객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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