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구체 자급률 26% 그쳐…대부분 中에 의존
LG·포스코·에코프로, 새만금·광양·포항 중심으로 생산량 증대
코스모신소재도 160억 들여 생산공장 구축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지난달 19일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지난달 19일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가 소재업계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양극재의 중간재인 전구체가 주목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산화율이 높지 않지만, 양극재 생산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구체 공장 증설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전구체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코스모신소재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전구체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생산시설 확충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섞은 화합물로, 배터리의 심장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약 70%에 달할 정도로 배터리 제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양극재 시장 규모는 2021년 28조원에서 2030년 100조~130조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소재 기업들의 전구체 국산화는 IRA 대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IRA 세부 규정에 따르면 중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광물을 채굴하더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구체도 광물로 취급돼 향후 국내에서 생산·가공 시 IRA에 따른 보조금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국내 전구체 자급률 전망치. [자료=QY리서치 코리아]
국내 전구체 자급률 전망치. [자료=QY리서치 코리아]

이처럼 전구체 국산화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중국 수입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전구체 중 중국산 비중은 95.3%에 달한다. 2020년 90.6%에서 2021년 93.7%로 뛰는 등 수입산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전구체 자급률은 26%에 불과해 국내에서 소비하는 전구체의 70% 이상이 중국산을 쓰고 있는 셈이다.

세계 전구체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76%, 한국이 14%다. 세계 전구체 1위 기업은 중국 CNGR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이 약 22%다.

국내 주요 전구체 제조사들은 수년간 공장을 증설해 전구체 자급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2030년 전구체 자급률은 56%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구체 생산 내재화를 통해 2025년까지 전구체 자급률을 6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에코프로비엠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26년 기준 전구체 자급률을 40% 수준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2027년 전구체 자급률을 31% 수준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능력. [자료=포스코퓨처엠, IBK투자증권]
포스코퓨처엠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능력. [자료=포스코퓨처엠, IBK투자증권]

LG화학은 지난달 중국 화유코발트 등과 손잡고 202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 새만금국가산업단지(새만금) 6공구에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10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새만금 전구체 공장은 2028년보다 빨리 양산을 진행하도록 내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해당 공장은 신규 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른 기존 공장보다 생산성이 우수한 공장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양산 시점을 2028년으로 잡은 것은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기본 설계, 신규 공정 기술 적용 등의 측면이 있어 일정을 다소 여유롭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전라남도 광양시 세풍산업단지 부지에 연산 10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 건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회사는 또 지난해 7월 3262억원을 추가 투자해 광양공장 내에 연 4만5000톤 규모의 양극재용 전구체 생산설비를 증설키로 했다. 2024년 완공이 목표다.

2021년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중국에 연 3만5000톤의 전구체 공장 건립에 나선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의 니켈 광권 확보, 리사이클링 등의 원료 사업과 연계해 전구체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구체 생산능력을 지난해 1만5000톤 수준에서 2025년에는 22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퓨처엠이 지난해 3월7일 전라남도 광양시청에서 배터리 전구체 사업 투자협약을 전라남도 및 광양시와 체결했다.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이 지난해 3월7일 전라남도 광양시청에서 배터리 전구체 사업 투자협약을 전라남도 및 광양시와 체결했다. [사진=포스코퓨처엠]

국내 양극재 생산능력 1위 기업인 에코프로는 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구체 국산화율을 높이고 있다.

에코프로의 전구체 생산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전구체 생산능력을 4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구체 연산은 경상북도 포항 공장의 5만톤이다. 2027년까지 ▲북미 2만5000톤 ▲유럽 1만2000톤 ▲국내 17만톤을 더해 총 20만7000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투자는 가시화됐다. 포항에 연산 3만톤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또 지난 3월 SK온, 중국 GEM과 손잡고 최대 1조21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새만금에 연산 5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해외 생산시설의 경우 양극재 생산기업 계열사 에코프로비엠 공장이 있는 유럽과 북미에 구축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헝가리 공장을 착공했다. 2025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SK온, 포드와 합작으로 북미 공장도 준비 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미래 전구체 시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유럽 지역 내 전구체 생산 거점 구축을 계획 중”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계획은 추후 이사회 승인이 나면 시장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코스모신소재는 지난해 4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용 전구체 설비 신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1차로 160억원을 투자해 연간 2400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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