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제조 3사, 車업체와 손잡고 북미·유럽 생산능력 늘려
양극재·리튬·니켈 등 소재·원료 수급도 가속화
CRMA, 초안단계지만 큰 영향 없을 듯…폴란드·헝가리 등에 생산시설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7월7일 충청남도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7월7일 충청남도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배터리 제조 3사가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를 비롯해 유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북미·유럽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에 보조금 혜택이 부여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완성차업체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북미 합작법인(JV)을 설립하며 IRA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유럽판 IRA’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의 혜택을 받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지난달 25일 현대차그룹과 함께 2025년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고 연간 약 30만대 물량의 배터리셀을 우선 확보한다고 공개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업체가 협력해 미국 현지에 JV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이번 ‘동맹’으로 전기차 보조금과 생산 세액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전기차 약 30만대 분)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양측은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공동 투자하며 지분은 각 50%씩 보유할 예정이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전량 장착될 예정이다.

SK온은 조지아주에 2개 단독공장을 가동 중이다. 1공장(9.8GWh), 2공장(11.7GWh) 도합 21.5GWh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양사의 협력으로 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발표된 세부 지침에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도 올해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했다.

SK온은 현대차 외에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도 JV를 꾸렸다.

SK온과 포드는 작년 7월 블루오벌SK를 출범시켰다. 양사는 총 114억달러를 들여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과 테네시주 스탠튼 두 지역에서 배터리 공장 3개를 짓고 총 129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블루오벌SK 켄터키’는 작년 하반기 착공해 부지 정지 작업과 철골 공사가 현재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1공장은 완공되면 설비 안정화 및 시운전, 제품 인증 과정을 거쳐 2025년에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2공장은 2026년에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포드·링컨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다.

단독공장과 합작공장을 합하면 2026년 기준 SK온의 북미 생산능력은 185.5GWh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10GWh), 헝가리(47.3GWh), 중국(80.3GWh)을 더한 SK온의 전 세계 배터리 생산능력은 323.1GWh에 이른다.

배터리 폼팩터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그간 파우치형 배터리 제조에 집중해온 SK온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에서 각형 배터리 실물 모형을 전시했다. SK온은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연내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SK온이 만드는 각형 배터리는 빠른 충전 속도가 특징이다. SK온이 올 초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급속충전(SF) 배터리는 18분 동안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각형 배터리는 이 속도를 더 높였다. SK온은 기존 파우치형에 각형을 더함으로써 공급처를 더욱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공개된 SK온 각형 배터리 실물 모형. [사진=SK온]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공개된 SK온 각형 배터리 실물 모형. [사진=SK온]

배터리 원료 내재화도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2027년까지 칠레 SQM으로부터 고품질 수산화리튬 총 5만7000톤을 공급받는다. 칠레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따라서 SQM으로부터 리튬을 공급받을 경우, IRA 요건 충족에 유리하다.

이밖에 ▲호주 글로벌 리튬과 안정적인 리튬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 ▲스위스 글렌코어와 코발트 구매 계약 ▲포스코홀딩스와 리튬·니켈 등 원소재 공동 투자 등을 단행했다.

올 1월에는 우르빅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를 체결했고, 3월엔 에코프로, 중국 GEM과 손잡고 연산 5만톤 수준의 전구체 공장을 2024년까지 짓기로 합의했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5~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료들을 섞은 화합물이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 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 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총 생산능력은 43GWh로 북미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 신규 원통형 배터리 전용 생산공장은 올해 착공을 시작해 2025년 완공 및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력 모델인 2170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며 미국 주요 전기차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미시간 독자 공장(20GWh)과 오하이오 제너럴모터스(GM) 합작 1공장(45GWh)을 운영 중이며 테네시 GM 2공장(50GWh) 및 미시간 GM 3공장(50GWh), 오하이오 혼다(40GWh) 및 캐나다 온타리오 스텔란티스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45GWh)을 건설 중이다.

2026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지역에서 확보한 총 배터리 생산능력은 293GWh로 세계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33GWh), 폴란드(115GWh), 중국(145GWh), 인도네시아(10GWh)에 2025년까지 5곳의 생산기지를 확보할 예정이고, 튀르키예에서도 포드와 합작 공장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540GWh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등 완성차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진다는 방침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IRA에 따른 올해 연간 세제 혜택 예상 규모는 15~20GWh 규모로 예상된다”며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양산 프로젝트는 향후 약 250GWh 수준으로, 생산과 판매 물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면서 IRA 세제 혜택 수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더욱 다각화한다.

현재 전기차(EV) 파우치·원통형 배터리는 물론, ESS용 LFP 배터리까지 제품 영역을 넓혀 북미 지역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북미 지역에서 더욱 많은 고객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핵심 원재료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독일 벌칸 에너지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톤 공급 계약 ▲호주 라이온타운과 5년간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 정광 70만톤 확보 ▲칠레 SQM과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톤 공급 계약 ▲중국 야화와 수산화리튬 생산 위한 업무협약 ▲포스코퓨처엠과 양극재 공급 계약 등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의 현지 생산, 우려국가 외 공급망 안정화 등을 집중 추진해 보조금 등 IRA 혜택을 기대하는 고객 및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 [사진=삼성SDI]
삼성SDI 헝가리 법인.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지난달 25일 GM과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이상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연산 23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생산능력은 2025년말 기준 최소 200GWh(2023년말 105GWh)에 다다를 것”이라며 “단독공장(헝가리·말레이시아)과 스텔란티스(추가 공장), GM, BMW, 볼보 등에서 추가될 것으로 기대되며 상반기부터 아우디향으로 납품하는 젠5가 좋은 레퍼런스가 되면 폭스바겐과의 협업 여지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GM과 미주 배터리 생산 거점 마련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합의했으며 2분기에 설립을 완료할 것”이라며 “미주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시점에는 IRA 세액공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SDI는 자회사 에스티엠 및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통해 국산 양극재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2032년까지 4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K-배터리' 미국 주요 생산설비. [자료=연합뉴스]
'K-배터리' 미국 주요 생산설비. [자료=연합뉴스]

K-배터리 제조 3사는 CRMA 대응력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CRMA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은 특정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축소하고 역내 투자를 확대하는 등 EU 내 원자재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 초안 단계인 만큼 지켜봐야 하지만, 유럽 내외에 적용되는 조건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현재 폴란드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고 밸류체인 현지화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향후 요건 충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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