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 국내 유일 천연·인조흑연 기반 음극재 양산
세계 음극재 시장, 中·日이 주도…韓 점유율 8%대
실리콘 음극재, 기존 제품 단점 개선 대안으로 떠올라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에서 자동화 로봇을 활용해 음극재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에서 자동화 로봇을 활용해 음극재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이 커지면서 음극재가 양극재 못지않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음극재 제품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차세대 제품인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도 수년 내 이룬다는 계획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유일 천연·인조 흑연 기반 음극재 양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세대 음극재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는 포스코그룹을 비롯해 SK머티리얼즈, SKC, 대주전자재료 등이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 양극재 개발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음극재 기술 개발이 배터리 성능 향상에 더욱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음극재는 크게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으로 나뉜다.

천연흑연 음극재는 용량이 크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명이 짧고 충전 속도가 느리다. 배터리 충전 시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전해질을 타고 음극으로 이동해 음극에 있는 흑연층 사이에 머물게 되면 팽창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인조흑연이다. 인조흑연은 충전 속도와 출력이 뛰어나지만 인공적으로 흑연을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많이 들고, 용량이 적은 편이다.

음극재 소재에 따른 배터리 특성. [자료=포스코]
음극재 소재에 따른 배터리 특성. [자료=포스코]

국내에서 천연·인조 흑연 기반 음극재를 모두 양산하는 기업은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다.

포스코퓨처엠은 세종에서 연간 7만4000톤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를 생산 중이며 이를 올해 말까지 8만6000톤으로 증설할 예정이다. 포항 인조흑연 공장에서는 연간 8000톤의 음극재를 생산 중이며 2024년까지 1만8000톤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음극재 수요 증가에 대응해 음극재 생산능력을 2030년 32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는 글로벌 배터리용 음극재 시장이 2020년 32억달러(약 4조2400억원)에서 2027년 141억달러(약 18조682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음극재 시장에선 중국 기업들이 톱10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음극재 시장점유율 상위 10위권에 있는 업체 중 7개 업체가 중국 기업이고, 1~3위를 차지한 기업도 중국 기업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일본 히타치에 이은 5위로 점유율 8%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글로벌 공급 상황을 보면 중국 67.8%, 일본 21.5%, 한국이 8%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시장 구도다.

배터리 소재별 국가 점유율 및 국가별 음극재 시장점유율. [자료=IBK투자증권, 포스코]
배터리 소재별 국가 점유율 및 국가별 음극재 시장점유율. [자료=IBK투자증권, 포스코]

하지만 IRA 시행 이후 양·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공개된 미국 재무부의 IRA 세부지침을 보면 전기차 배터리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일본 등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해야 최대 3750달러의 차량 구매 보조금이 지급된다.

IRA가 정의하는 핵심 광물은 음극재를 비롯해 양극재,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광물이 대부분 포함된다.

업계에선 실리콘 음극재를 천연·인조 흑연 기반 음극재의 대안으로 점찍고 기술 개발과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약 10배 많은 리튬을 저장할 수 있다. 실리콘 1g당 용량은 최대 4200㎃h/g이고 흑연 음극은 370㎃h/g 정도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도 충·방전을 반복하면 부피가 쉽게 팽창하는 특성이 있다. 현재 흑연계 음극재에 첨가할 수 있는 최대 실리콘 함량은 5~10% 수준이다. 실리콘 함량을 늘리고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향후 과제다.

2020년 6000톤으로 음극재 시장의 1.2%에 불과했던 실리콘 음극재는 2027년에는 약 32만톤까지 증가해 10.1%를 차지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실리콘 기반 음극재 소재 연평균 성장률은 76.6%로 다른 소재(음극활물질) 대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음극활물질 시장 수요 전망. [자료=SNE리서치, 포스코]
배터리 음극활물질 시장 수요 전망. [자료=SNE리서치, 포스코]

국내에서는 포스코그룹을 비롯해 SK머티리얼즈, SKC, LG화학, 대주전자재료 등이 실리콘 음극재 시장 가능성을 보고 연구개발(R&D)에 뛰어들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2025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경상북도 포항 영일만산업단지 내에 연산 5000톤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을 구축한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다음달 영일만산단에 실리콘 음극재 1단계 생산설비를 착공해 내년 본격 생산·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5년 5000톤 생산설비 확보 등 단계적 후속 확장 투자를 통해 2030년에는 연간 2만5000톤의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다.

포스코그룹은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7월 실리콘 음극재 개발 업체인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테라테크노스는 2017년부터 연속식 실리콘복합산화물(SiOx) 제조 기술을 개발해 온 국내 업체다. SiOx는 나노실리콘 입자 위에 산화물계 실리콘을 합성해 실리콘의 팽창을 최소화한 음극재로, 테라테크노스는 SiOx 제품의 연속 제조 공정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기술 역량과 포스코퓨처엠의 생산 노하우를 결집하는 등 그룹사 역량을 총동원해 발 빠르게 생산설비 투자 준비에 들어갔다.

소재 업계 관계자는 “이미 흑연 음극재를 양산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이 SiOx 음극재까지 양산한다면 음극재 업체로서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됨으로써 경쟁력이 한층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자체적으로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 중이다.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에서 샘플을 전시한 바 있다. 올해는 1000톤 수준의 실리콘 음극재 시설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지난달 초 경북 상주시에 연산 2000톤 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완공했다. 3분기 상업 생산에 들어가며, 추가 증설로 2025년까지 연산 1만톤을 확보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SK머티리얼즈가 2021년 실리콘 음극재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배터리 소재 기술 기업 그룹14와 손잡고 세운 합작사다.

LG화학은 100%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퓨어 실리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성장 전략 발표에서 퓨어 실리콘 개발을 중점 과제로 소개했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음극재는 실리콘 탑재 비중이 5% 수준이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사진=SKC]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사진=SKC]

SKC는 지난해 1월 영국 실리콘 음극재 기술 기업 넥세온에 8000만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했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고함량 실리콘 음극재(실리콘 15% 이상)는 현재 SK온 배터리에 탑재해 테스트 중인데,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는 실리콘 음극재를 대량 양산할 공장도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SKC 관계자는 “넥세온의 차별적인 기술력에 글로벌 양산 및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빠르게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먼저 저함량 제품을 상업화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넥세온과 합작 방식으로 고함량 제품 사업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인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함량 5% 수준의 1세대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해 LG에너지솔루션 등에 공급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기술 개발을 통해 2027년까지 7% 함량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현재 시흥 배터리캠퍼스와 실리콘 새만금 사업단지에서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2025년 2만톤, 2027년 4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며, 증설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추후 6만~8만톤 이상의 실리콘 음극재 양산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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