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글로벌 전해액 시장점유율 14.9%로 3위…엔켐·동화기업 9·10위
배터리 제조사 증설에 맞춰 북미·유럽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
연구개발 비용도 매년 확대…산업부·과기부와 연구과제 수행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동화일렉트로라이트 헝가리 생산기지 전경. [사진=동화기업]
동화일렉트로라이트 헝가리 생산기지 전경. [사진=동화기업]

IRA가 최근 배터리 산업의 핫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소재 산업에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중에서도 그간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전해액 제조사들이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은 고객사인 배터리사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시설 확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엔켐,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등이 국내 전해액 제조사로서 글로벌 생산시설 확대와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액은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구성에 따라 액체 전해질, 고분자젤 전해질, 이온성 액체 전해질, 고체고분자 전해질 등 종류가 다양하다.

액체 전해질은 사실상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표적인 전해질이며, 용매가 액체이기에 ‘전해액’으로 통용되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등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에 비해 비교적 덜 주목받았던 전해액은 IRA 시행과 함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기준 전체 배터리 부품 가치의 50% 이상이 북미에서 생산·조립된 경우 3750달러 세액공제 대상이다. 부품은 지난 3월31일 공개된 IRA 세부지침에 따라 ▲양·음극판 ▲배터리셀, 배터리 모듈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규정됐다. 이 비중은 2024년 60%, 2025년 70% 식으로 매년 증가해 2029년에는 100%를 충족해야 한다.

전해액 시장은 투자비용과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배터리 생산 비용에서 전해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다. 전해액은 배터리의 수명과 출력 등을 결정하는 중요 소재지만, 화재와 폭발 위험성이 높다. 다른 배터리 소재와 달리 신선 제품이기 때문에, 25℃ 이하를 유지해야 하고 제조 후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사용해야 한다. 유통기한은 최대 6개월이다.

부품 교체는 안전사고와 연결되는 만큼,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미 검증된 전해액 업체와 교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만큼 후발주자가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다. 또 짧은 유통기한 때문에 납품하는 배터리 회사 공장 인근에서 설비를 가동해야 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전해액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와의 파트너십이 강한 이유다.

현지화가 필요한 전해액 사업. [자료=SK증권]
현지화가 필요한 전해액 사업. [자료=SK증권]

글로벌 전해질 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중국이 57%, 일본이 17.1%로 1·2위를 달리고 있다. 14.9%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은 3위다.

국내에선 엔켐과 동화기업 계열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톱10’에 포함돼 있다. 2020년 기준 엔켐이 4%로 9위,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3%로 10위다.

중국의 광저우 틴치 머티리얼즈(20%), 중국 캡켐(13%), 중국 궈타이화룽(GTHR, 13%), 일본 미쯔비시(9%) 일본 센트럴 글래스(8%) 등이 1~5위권을 형성하며 앞서가고 있다.

전해액 산업 국가별 점유율. [자료=SK증권]
전해액 산업 국가별 점유율. [자료=SK증권]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에 국내 전해액 기업들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에 차질 없이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켐은 미국 조지아에서 연산 2만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연내 4만톤, 2024년 14만톤까지 생산능력을 늘릴 방침이다.

미시건 공장(2024년 완공, 연산 4만톤), 테네시 공장(2024년 완공, 연산 4만톤), 켄터키 공장(2024년 완공, 연산 4만톤), 오하이오 공장(2024년 완공, 연산 2만톤)을 합한 2024년 기준 엔켐의 미국 내 전해액 생산능력은 28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에서 연산 2만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까지 4만톤으로 생산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헝가리에는 연내 연산 4만톤, 튀르키예엔 내년까지 연산 4만톤을 확보할 예정이다.

한국 공장 2만5000톤(천안 2만톤, 제천 5000톤), 인도네시아 공장(2024년 완공, 4만톤)까지 모두 합한 엔켐의 글로벌 전해액 생산능력은 내년 기준 46만5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해액 시장 업체별 점유율. [자료=SK증권]
전해액 시장 업체별 점유율. [자료=SK증권]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지난 2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산 8만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짓기로 했다. 테네시주는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지역이다. 테네시 공장은 2분기 중 착공해 내년 3분기 내 준공을 목표로 한다. 내년 4분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헝가리에 전해액 공장을 세웠다. 지난해 2월부터 시생산에 들어갔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2만톤이다.

테네시 공장 완공 이후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국내·외 전해액 연간 총 생산량은 15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시준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대표는 “테네시 공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북미 배터리 소재 시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리라 기대한다. 테네시 공장을 중심으로 우리 회사의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현지에 빠르게 공급할 것”이라며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자와 혁신 활동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해액 제조사들은 품질을 높이기 위해 R&D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엔켐 R&D의 컨트롤타워 격인 기술연구소는 연구기획, 개발, TS(Technical Service), 합성, 파일럿 등 5개 산하 조직으로 구성됐다. 최근 3년간 R&D 비용은 총 67억원에 달한다.

또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연구과제 5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연구과제 1개 등 총 6개의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주로 차세대 전해액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국내에 137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중에서 92건을 등록했다. 국외에는 47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 중 47건을 등록했다.

차세대 고용량 전해액, 원통형 배터리 전해액, 에너지저장장치(ESS) 신규 전해액 등 신제품을 개발했고, 대부분 배터리 제조사 검증까지 완료했다.

중앙연구소 산하 전해질 연구 부문을 중심으로 R&D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53억원(2021년 22억원, 2022년 31억원)의 R&D 비용을 들이며 기술력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회사의 전해액 생산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고객사의 주요 배터리 생산거점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회사는 고객사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증설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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