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아르헨티나·호주서 리튬 생산…2030년까지 30만톤 확보
中·칠레로부터 리튬 수입 의존도 높아…배터리 제조사들도 확보전 나서
포스코홀딩스, 인니에 니켈 제련공장 신설…2030년까지 22만톤 확보
고려아연, 니켈 제련소 통해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강화

급성장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와 맞물려 원활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종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경제는 배터리셀, 소재, 원료 생산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지 샅샅이 살피려 한다. [편집자주]

포스코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시범공장 전경. [사진=포스코]
포스코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시범공장 전경. [사진=포스코]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면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배터리 핵심 소재 양극재의 필수 광물인 리튬과 니켈의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해외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이 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리튬은 배터리 핵심 소재에 들어가는 광물 중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원가의 약 40%가 양극재인데, 그 양극재 원가의 절반가량을 리튬이 차지한다. 전체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으로, 리튬이 ‘21세기 하얀 석유’로 불리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리튬 시장 규모는 2022년 74억9000만달러(약 9조9243억원) 대비 153% 증가한 189억9000만달러(약 25조16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리튬 매장량 9800만톤 중 5531만톤(56.4%)이 중남미에 묻혀 있다. 이 중에서도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리튬 60%가량이 묻혀 있다.

2022년 국가별 리튬 매장량(왼쪽)과 주요 리튬 제련국. [자료=USGS, BNEF, 하이투자증권]
2022년 국가별 리튬 매장량(왼쪽)과 주요 리튬 제련국. [자료=USGS, BNEF, 하이투자증권]

리튬 생산량 기준으로 글로벌 1위에 올라 있는 기업은 미국 앨버말이다. 칠레 SQM, 중국 텐치리튬, 중국 간펑리튬이 뒤를 잇고 있다.

리튬 채굴량 기준(2020년)으로는 앨버말(점유율 22%), SQM(20.8%), 간펑리튬(17.3%), 미국 리벤트(6.1%) 순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글로벌 리튬 산업 7대 이슈’ 보고서에서 2025년 리튬 총수요를 82만1000톤으로 내다볼 만큼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리튬 수입의 95%가 중국(64%)과 칠레(31%)에 쏠려 있다. 특히 국내에서 삼원계 배터리(NCA·NCM) 생산이 98%에 달할 정도여서 향후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수산화리튬에 대한 의존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리튬업체 생산능력 확장 계획. [자료=각 사, 유진투자증권]
주요 리튬업체 생산능력 확장 계획. [자료=각 사, 유진투자증권]

이에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을 통해 리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수산화리튬까지 모두 생산하는 1단계 공장을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작년 3월 착공에 돌입했다. 1단계의 연간 생산량은 2만5000톤으로 계획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광석을 이용해 생산한 수산화리튬은 오는 10월 첫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광석리튬 생산 자회사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10월 연산 4만3000톤 규모의 광석리튬 생산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북미에서는 2025년부터 연간 2만톤 규모의 리튬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염수리튬으로 12만톤, 광석리튬으로 15만톤, 3만톤은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총 30만톤의 리튬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포스코홀딩스 리튬 사업 계획. [자료=포스코홀딩스, 대신증권]
포스코홀딩스 리튬 사업 계획. [자료=포스코홀딩스, 대신증권]

염호는 아르헨티나에서 직접 채취해 생산에 나서는 한편, 2018년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로부터 리튬정광을 장기 공급받는 광석리튬의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구축했다.

또 호주 광물개발업체 진달리리소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광석과 염수에 이어 미국에서 점토리튬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번 협약으로 진달리리소스는 미국 현지에서 탐사 중인 광구에서 점토리튬을 시추해 제공하고, 포스코홀딩스는 이를 활용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공동으로 최적 리튬 추출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성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극재 원료와 배터리(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사진=포스코퓨처엠]
양극재 원료와 배터리(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사진=포스코퓨처엠]

미국 IRA 발표 이후 포스코홀딩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IRA 배터리 세부 규정에는 ‘북미에서 최종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하고,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추출·가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FTA 체결 국가에는 한국과 함께 포스코홀딩스가 리튬과 니켈 채굴지로 택한 호주가 포함된다. 포스코퓨처엠 외에도 포스코홀딩스에 문을 두드리는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산 리튬도 IRA 혜택에 포함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진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조달한 광물에도 IRA 세액공제가 적용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미국과 FTA 체결국이 아니기 때문에 IRA 수혜 대상이 아니지만 수혜 범주 포함에 대해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 3사는 리튬 생산 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리튬을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모로코에서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선두업체 야화와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프리카 대륙 북단에 위치한 모로코는 미국, 유럽연합(EU)과 FTA 체결국이어서 IRA 조건 충족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독일 벌칸 에너지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톤 공급 계약 ▲호주 라이온타운과 5년간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정광 70만톤 확보 ▲칠레 SQM과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톤 공급 계약 등 발 빠르게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SK온 역시 SQM으로부터 2027년까지 5년간 고품질 수산화리튬 총 5만7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밖에 호주 글로벌 리튬과도 안정적인 리튬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작년 말 기준 중국 간펑리튬의 지분을 0.8% 보유하고 있다.

2022년 국가별 니켈 매장량. [자료=USGS]
2022년 국가별 니켈 매장량. [자료=USGS]

포스코홀딩스는 리튬만큼 니켈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니켈은 전기차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용량과 에너지 밀도를 결정짓기에 배터리 제조사들이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니켈 비중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값비싼 원료 함량이 줄어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4억4100만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해 니켈 제련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니켈 제련 공장에서는 니켈을 함유한 광석을 녹여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는 니켈 중간재를 생산한다. 니켈 함유량 기준 연간 5만2000톤 수준의 니켈 중간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 니켈 보유 국가다. 리튬이나 다른 광물에 비해서는 여러 나라에 고르게 분포돼 있지만, 개발 사업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니켈 매장량은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각각 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16.8%)과 러시아(7.9%)가 뒤를 잇는다.

2021년 생산량은 인도네시아가 1000ktNi(30.7%)로 가장 많다. 필리핀(370ktNi, 13.7%), 러시아(250ktNi, 9.3%), 뉴칼레도니아(190ktNi, 7.0%) 등도 주요 생산국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뉴칼레도니아 원료법인 NMC로부터 니켈 광석을 공급받아 국내에서 고순도 니켈을 생산하는 연산 2만톤 규모의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공장을 전라남도 광양에 짓고 있다.

또 2021년에는 호주 니켈 광산·제련 업체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인수해 호주산 니켈 공급망을 확보했다.

회사는 전남 광양에 소재한 포스코HY클린메탈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및 중국 절강화포의 전구체 생산 등을 포함해 2030년까지 니켈 22만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및 리튬·니켈 등 핵심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그룹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영기 SK온 구매담당(앞줄 가운데), 박상욱 에코프로 부사장(오른쪽), 지앙 미아오 GEM 부총경리(왼쪽)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SK온]
신영기 SK온 구매담당(앞줄 가운데), 박상욱 에코프로 부사장(오른쪽), 지앙 미아오 GEM 부총경리(왼쪽)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SK온]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것도 니켈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는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온은 소재기업 에코프로 및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연산 3만톤 규모 니켈 중간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중국, 호주에서도 니켈 공급망 확보 계약을 맺어왔다. 중국 그레이트파워로부터 올해부터 6년간 니켈 2만톤, 호주 QPM과 AM에서는 각각 2023년부터 10년간 니켈 7000톤, 2024년부터 10년간 니켈 7만1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캐나다 리사이클과는 2023년부터 7년간 재활용 니켈 2만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2020년 11월 호주 QPM과 향후 3~5년간 매년 니켈 6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하반기에 배터리용 니켈 제련소를 착공할 계획이다. 내부 투자심의를 마치고 울산광역시에 니켈 제련소를 짓기로 했다. 현재 투자 규모와 관련해 세부 사항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앞서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와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니켈 제련(광석에서 금속을 뽑아내는 작업) 합작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고려아연은 니켈 제련소를 통해 배터리 소재 관련 밸류체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는 온산제련소 인근에서 황산니켈을 생산 중이다. 황산니켈은 니켈을 황산에 용해하고 증발시켜 만든 무기 화합물로서, 최근 양극재의 전구체 원료로 사용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켐코는 2021년 황산니켈 매출·생산량 기준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톱10 중 한국 기업은 켐코가 유일하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