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 “한국 지정학적 충격이 스태그플레이션 계기 될 수 있어”
한국은행,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6% 제시…차갑게 식어가는 성장엔진
대외경제 핵심지표 경상수지 1월 다시 적자...외환시장 변동성 커질 가능성
학계, “해외투자확대ㆍ기술 혁신ㆍ노동시장 개혁으로 대응해야”

계묘년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누적, 한미 금리 역전 심화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큰 상처를 남겼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굿모닝경제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외화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다시 활기를 찾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부산 수출 항만.[사진=연합뉴스]
부산 수출 항만.[사진=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수출 부진은 외화 부족으로 이어져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국제 질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수출 부진을 떨쳐 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외화의 흐름을 막는 규제를 풀어 국내 기업 자본이 국내외로 자유롭게 이동해 글로벌 경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내도 해외도 경제위기에 휘청…스태그플레이션 위협↑

올해 국내외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초거대위협(MegaThteats)'이란 책에서 전세계 경제가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겪어보지 못한 경제·금융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충격이 훨씬 큰 경제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루비니 교수는 위기의 근거로 공공 및 민간부문의 과도한 부채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정책이 미·중 무역 갈등으로 대표되는 탈세계화 팬데믹 기후변화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관련 루비니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와 식량 및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켰다”며 “북한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운용중인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충격이 국내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성장률 하향 속 1월 경상수지 적자전환…식어가는 성장엔진

한국은행은 지난 1월23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예상했던 1.7%보다 낮춘 1.6%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2.7%에서 올해 1월 말에는 2.9%로 높이면서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1.7%로 낮췄다.

우리나라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무역적자가 이어지면서 중요한 경제지표인 경상수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외거래의 핵심지표인 경상수지 적자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지난해 경상수지(잠정치) 흑자 규모는 298억3090만달러로 전년(852억282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가 지난해 150억6090만달러로 2021년(757억3090만달러)보다 80.1%나 급감한 영향이 컸다. 여행산업 등 서비스수지는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월별 추이도 심상치 않다.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26억8000만달러로 한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1월엔 다시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기록이다.

수출 부진에 상품수지 적자가 70억달러를 넘어선 데다, 여행수지 등의 적자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세부 항목별 수지를 보면 상품수지가 74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4개월 연속 적자이고 1년 전(15억4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해 수지가 90억달러나 급감했다.

수출(480억달러)이 작년 1월보다 14.9%(83억8000만달러) 줄어 5개월 연속해서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반대로 수입(554억6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1.1%(6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서비스수지 역시 3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8억3000만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이 24억4000만달러나 더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도 1년 사이 5억5000만달러에서 14억9000만달러로 확대됐다.

한은은 지난 8일 '최근 무역·경상수지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무역수지 악화로 경상수지도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더욱 큰 문제는 소매판매지수 하락으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를 보면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소매판매액지수는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0.9포인트, 10월 0.7포인트 내려가면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내구재 1.4%, 준내구재 5.9%, 비내구재 0.5% 등 모든 판매가 줄었다.

올해 내수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마이너스 행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무역적자와 경상수지, 내수가 동반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국민연금 종로구 지사.[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종로구 지사.[사진=연합뉴스]

◇믿을 구석 해외투자…전문인력 양성으로 외화획득 나서야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외 투자에 따른 이자 및 배당 등 투자소득이 해마다 꾸준히 늘어 본원소득수지(경상수지 구성요소 중 하나)가 개선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의 투자소득은 2018년 60억달러였던 것이 2019년 137억달러, 2020년 141억달러, 2021년 201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작년에는 238억달러로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치솟았던 유가가 안정화되고 있으며 물가가 완만하지만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경제위기 극복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많은 부분이 대외적 요인으로 유가가 80달러 선으로 내려와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의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물가가 내년 상반기 4.2%, 하반기 3.1%로 시간이 갈수록 여러 요인에 의해 낮아질 물가가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학계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해외 투자비중이 30%가량인 국민연금과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포함한 해외 투자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외화 획득을 위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복합 불황의 위기를 돌파하면서 수출을 늘리고 외환보유액을 늘리려면 기업의 혁신 노력과 함께 산업현장의 생산성 제고가 절실하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현재 정부에서 3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 중인 노동시장의 개혁도 일관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루비니 교수는 경제적인 파국을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술 혁신은 서비스와 데이터, 정보 및 기술 변화를 통해 (무역 장벽을 뚫고) 글로벌 무역을 촉진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굿모닝경제 방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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