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외환, 전월比 47억달러↓…"GDP 대비 90%까지 증액해야"
수출 줄고 수입 늘어 적자는 쌓여…반도체·에너지 시황 영향
정부, "촘촘하고 다각적인 수출 지원 체계 추진"
경영계, "규제 풀고 금융여건 개선해야"

계묘년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누적, 한미 금리 역전 심화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큰 상처를 남겼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굿모닝경제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외화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다시 활기를 찾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부산항 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내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라지만, 무역적자 규모가 커지는 등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요소가 부각되면서 또 다시 외환위기가 찾아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 GDP 대비 보유액 28% 불과...BIS, 적정 외환 9300억달러 제시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52억9000만달러로, 1월 말(4299억7000만달러)보다 46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작년 11월부터 증가세를 이어오다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53억달러(7조22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적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 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 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선 우리나라가 외화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며, IMF가 얼마 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외환시장 변동성 충격을 흡수할 만큼 충분하다는 공식적 판단도 내렸다”고 국내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임을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작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IMF 안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IMF는 한 나라의 수출액, 시중 통화량, 유동 외채 등을 가중 평균해 합한 금액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가정하고, 경제 규모 등에 따라 기준의 80~150% 범위에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실제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의 99%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기타 통화 외화 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등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분석과는 달리 전문가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수출과 수입액의 합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가 75%로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외환보유액이 중요하다고 봤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28%로 스위스(148%), 홍콩(143%), 싱가포르(123%), 대만(91%), 사우디아라비아(5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안한 한국의 적정한 외환보유액은 9300억달러로,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4252억9000만달러)의 2배 이상에 달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라고는 하지만 GDP 비중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화의 국제 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세계 30위권인 국제 금융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외환보유액을 대만처럼 GDP 대비 90%까지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2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억달러) 및 증감률(%).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3년 2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억달러) 및 증감률(%).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반도체 7개월째 내리막길...수출 둔화 외환 감소

수출 둔화가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수출액은 501억달러(66조3825억원)로 작년 같은 달(541억6000만달러)보다 7.5% 감소했다. 5개월 연속 수출액이 줄었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59억6000만달러)와 석유화학(40억6000만달러)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42.5%, 18.3% 줄었다. 컴퓨터(66.4%), 디스플레이(40.9%) 등을 포함한 IT 품목과 유화(18.3%), 철강(9.8%) 등 중간재 수출도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반도체의 경우 7개월째 수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가격이 수요 약세, 재고 누적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산업부는 “주요 반도체 제품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주요 업체 투자 감축,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등에 힘입어 하반기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일반기계 등 수출이 크게 증가한 미국, 유럽연합(EU), 중동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16.2%, 13.2%, 20.2% 늘어났다.

다만 핵심 수출 시장인 중국과 베트남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됐다. 중국은 24.2%,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16.1% 각각 줄었다.

2023년 2월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액(억달러) 및 증감률(%).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3년 2월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액(억달러) 및 증감률(%).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지난달 수입은 에너지 수입 증가 등 영향으로 작년 동월 대비 3.6% 증가했다. 유가 하락 등 영향으로 원유 수입은 작년보다 0.1% 줄었으나, 동절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가스 수입은 작년 동월 대비 73.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작년 동기보다 5.9%, 미국이 1.0%, 아세안이 10.1%, EU가 7.8%, 중동이 18.5% 각각 증가했다. 반면 일본 수입은 10.4%, 인도는 31.8% 각각 감소했다.

◇ 주요국 중 한국 유독 부진...정부, 수출 총력 체제로 대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갈등,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악재들이 겹친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이지만 선진국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은 2.6%로, OECD 회원국 평균치(2.9%)를 밑돌았다. 한국 성장률이 회원국 평균보다 낮았던 경우는 IMF 체제 직후였던 1998년(-5.1%)과 2021년(4.1%), 2022년(2.6%) 등 총 세 번이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IMF는 2023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3개월 전보다 0.3%포인트 내린 1.7%로 수정했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2.9%)를 밑도는 수치며, 일본(1.8%), 캐나다(1.5%), 미국(1.4%)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수출 감소 현상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주요국 수입 수요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진단하며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고금리,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확정한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최대한 신속히 이행하는 등 총력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12개 분야 신 수출 동력을 확충하는 한편, 범부처 협업을 통한 수출 드라이브 대책을 중심으로 촘촘하고 다각적인 수출 지원 체계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올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 확대가 예상되며 10대 제조업종은 작년 수준인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업종별로 국내 기업의 올해 투자 계획 규모는 반도체 47조원, 자동차 16조원, 디스플레이 14조원, 배터리 8조원, 철강 4조8000억원, 석유화학 4조원, 조선 2조원 등이다.

산업부는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에 수출 지원 예산의 3분의 2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역대 최대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수출의 첫 관문인 해외 인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산업부는 올해 제조업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해 총 81조원의 정책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300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 강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12년 만에 부활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상향이 조속히 입법화되도록 국회와도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산업부는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매월 개최해 부처별 수출 실적,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며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분야별로 수출 경쟁력 강화 대책을 빈틈없이 추진해 올해 수출 목표로 제시한 685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수출 전략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수출 전략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영계, "수출 활성화 위해 규제 완화로 기업활동 촉진해야"

경영계는 정부가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규제나 기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서 올해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라며 “미국·중국 등 주요국은 자국 투자 확대를 위해 열심인데, 우리는 과잉 입법과 규제로 투자와 수출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 부담도 어려워하는 기업이 42%에 달하는데, 경기 변동에서 수출 기업이 희생되지 않도록 금융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기 회복 전후 생산이 시장 상황에 맞춰 충분히 이뤄지도록 노동유연성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규제를 하나 도입할 때 기존 규제 둘을 폐지하는 ‘원 인, 투 아웃 룰’ 등을 신속히 도입하고, 의원의 과잉 입법 방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저하로 국내 중장기 노동력 급감이 예상되는 만큼, 출산율 반등을 위한 선진국 수준의 인구 정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