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범부처 수출총력대응체계 구축…"수출 플러스 달성"
'무역빗장' 잠그는 美·EU…정부, 신시장에서 돌파구 찾아
전문가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첨단기술 강화로 대응"

계묘년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누적, 한미 금리 역전 심화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큰 상처를 남겼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굿모닝경제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외화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다시 활기를 찾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들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벗어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노선을 걷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출액은 501억달러(66조3825억원)로 작년 같은 달(541억6000만달러)보다 7.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2월 수출액은 59억6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5%(44억달러) 급감해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됐다.

◇ 정부, 올해 수출액 전년比 0.2% 늘려

정부는 수출을 늘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범부처 수출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올해 전문가들이 수출액 4.5% 감소를 전망하지만, 작년보다 목표를 높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수출액 목표를 0.2% 늘려 잡은 6850억달러(약 893조원)로 조정하며 ‘수출 플러스’를 이루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이른바 ‘K-콘텐츠’, ‘K-푸드’ 등을 통해 새 수출 활로를 개척하겠다고 했다.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와 수출 둔화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목표치를 내건 배경에는 ‘상저하고’ 기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에서 “무역수지는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수출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상품 수출이 4% 줄어들지만, 하반기엔 5% 늘어나면서 연간 수출은 0.5%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우리 수출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한 간담회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3분기쯤 되면 실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의 전망은 다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리오프닝은 ▲대(對)중 수출 회복 ▲관광객 유입을 통해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중국의 소비 중심 회복 및 부동산 부진 등으로 국내 성장 제고 효과는 과거 중국의 투자 중심 성장기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정부와 수출 계약을 체결한 다연장로켓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정부와 수출 계약을 체결한 다연장로켓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美·EU 보호무역주의 대응할 韓 정부 카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해지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WTO 원칙에서 벗어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유럽연합(UN)은 ‘핵심원자재법(CRMA)’,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앞세워 무역 장벽을 치고 있다.

‘자원 빈국’이면서 수출 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로선 이같은 움직임에 대응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신흥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지난달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기존 주력 산업 외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팜‧콘텐츠 등 12개 분야 신(新)품목의 수출 확대를 통해 활로를 개척한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원전)·방산 등 ‘수주전략산업’은 정상 경제 외교, 국가별 맞춤 패키지형 수주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수주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4가지 수주전략산업은 원전, 방산, 해외건설·플랜트, 녹색산업이다. 8가지 수출유망산업은 농수산식품(농식품, 수산식품, 스마트팜), 디지털산업(ICT 서비스, 콘텐츠, 에듀테크), 바이오헬스(의약품‧의료기기, 화장품)다.

특히 원전과 방산 산업에서 해외 수주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작년 ‘K-방산’ 해외 수주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73억달러(약 22조9100억원)다. 2021년(72억5000만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수출은 작년 실적을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폴란드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핀란드, 루마니아 등과 대형 수출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방산 기업들은 다양한 국가들과 육·해·공 무기체계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K-콘텐츠’ 산업 수출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K-콘텐츠는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며 “패션·관광·식품·IT 등과 연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정책금융 1조원 조성과 콘텐츠 해외 거점 확충을 통해 K-콘텐츠 수출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K-콘텐츠 펀드 ▲완성 보증 ▲이자 지원으로 콘텐츠 업계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올해 콘텐츠 해외 거점을 확충(10→15개)하는 등 ‘K-콘텐츠 수출 전진 기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지난 2월15일(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갤럭시S23'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2월15일(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갤럭시S23'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답 찾는다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신흥 시장에서 수출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미국·중국·아세안 등 3대 주력 시장과 중동·중남미·EU 등 3대 전략 시장을 제시했다. 이들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데다,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핵심 광물도 풍부해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14억명이라는 중국을 넘어서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6%대로 전망되는 경제성장률, 풍부한 노동 인력, 증가하는 외국인 직접투자 등이 국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세계 2위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제품 ‘갤럭시S23’ 시리즈를 앞세워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전자는 인도 내 가전제품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인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추진 중이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인도 지역에 기존 투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현지 완결형 투자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수주산업 집중 육성하고 첨단기술 역량 강화해야"

전문가는 이번 정부 들어 정부에서 자원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수주 산업 활성화, 첨단 기술 역량 강화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에서는 그동안 멈춰있던 수출 정책을 개편하고, 대통령과 장관을 중심으로 자원 외교에 힘쓰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가 경제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라며 “자원 빈국인 우리로선 고부가가치 산업인 수주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첨단 기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K-콘텐츠 수출 전략과 관련해선 “요즘 대형 연예기획사의 경영권 분쟁으로 K-팝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그동안 K-팝을 주도해온 연예기획사들이 주먹구구식 경영을 해온 게 사실이다. K-팝이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려면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갖고 있는 K-팝이나 K-콘텐츠에 대한 ‘거품’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콘텐츠가 실제로 얼마나 수익성이 있는지, 산업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진 않은지 점검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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