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철강 구매목표 수립 150곳 중 1곳…비용 부담 높아
국내 철강사 연구 중일 때 해외 철강사들은 상용화 준비 중
업계 "정부 차원의 투자 필요…수요 있어야 공급 탄력 받아"

지난 1월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 1월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국내 철강업계가 이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밝혔지만 경쟁 국가보다 상용화 시기가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이행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철강을 소비하는 기업 다수가 '그린철강'에 미적미적거리면서 생산기업 역시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그린철강 상용화 바람 불지만 국내에서는 '잠잠'

29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의 '한국 철강산업의 그린철강 전환'에 따르면 국내 철강 소비 기업 150곳 중 단 한 곳만 그린철강 구매 목표를 세웠다. 목표 수립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14곳, 향후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8곳에 그쳤다.

철강산업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2%, 전 세계 배출량의 7%를 각각 차지한다. 철광석 제련에 사용하는 코크스(석탄을 가공해 만든 연료)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린철강이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할 때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인 제품이다.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얻은 그린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0에 수렴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 독일의 티센크루프 등 해외 철강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지원 아래 수소환원제출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3월 수소환원제철소 시험 가동에 들어갔으며 티센크루프는 2026년까지 25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투자금 조달·기술 확보에 어려움 겪어

반면 국내 철강기업들의 상용화는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늦은 편이다.

포스코는 올해 초 포항에 하이렉스 기술을 연구하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했다. 2030년까지 수소가 25% 포함된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 기술을 완성하고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오는 2028년 충남 당진제철소 내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 설립을 추진한다. 가동 초기에는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지만 2030년 이후 수소혼소발전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수소 발전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국내 철강 소비 기업 150곳과 철강 생산 기업 50곳 대상으로 실시한 그린철강 전환을 막는 장애요인.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국내 철강 소비 기업 150곳과 철강 생산 기업 50곳 대상으로 실시한 그린철강 전환을 막는 장애요인.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철강사들이 그린철강 생산을 고려하는 이유는 국제 탄소무역장벽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실시해 탄소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고 미국은 철강을 비롯한 수입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쟁법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사 역시 그린철강 전환이 미래 경쟁력에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공감했지만 선뜻 그린철강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업계는 그린철강의 생산원가가 기존 대비 20~30%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기업의 78%가 생산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했고 소비기업의 61.3%가 일반 철강보다 비싸 조달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 필요"…산업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지원

업계 관계자는 "그린철강 생산시설 구축·운영에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초기 투자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업에는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판로가 불확실하면 생산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그린철강 소비 촉진 정책을 시행하고 그린 철강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전략기획투자협의회 1차 회의를 열고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 사업'을 비롯한 10건을 신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대상으로 확정했다.

전략기획투자협의회는 민간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차세대 기술 중심 R&D 투자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민관 협의체로 강경성 1차관을 비롯한 산업부 관계자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굿모닝경제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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