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공정 자동화뿐 아니라 사무실 업무에도 AI 도입
AI 담당하는 별도 조직 신설해 데이터 기반 연구 강화
초거대 AI 구축해 화학식 학습 시켜 신소재 개발
AI 기능 최적화된 차세대 ERP로 계열사 통합 관리

LG화학 임직원들이 AI 번역, 협업 설루션, 챗봇 등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LG화학]
LG화학 임직원들이 AI 번역, 협업 설루션, 챗봇 등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LG화학]

화학업계가 인공지능(AI)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기존 생산공정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업 전 영역에 걸쳐 AI를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국내 화학기업은 전사적으로 AI를 활용해 조직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그간 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은 정보기술(IT)·전자 기업에 비해 디지털 및 AI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제조 효율화나 공정 자동화 분야에서는 이미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전사적인 차원의 AI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이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과 연구개발(R&D), 신사업 등에도 AI 역량을 집중하며 변신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임직원이 AI 분석 플랫폼 활용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임직원이 AI 분석 플랫폼 활용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롯데케미칼, 사업 전반에 AI 적용하고 전담 조직 신설

LG화학은 제조와 비제조 영역을 아울러 비즈니스 전 범위에 AI를 적용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였다.

이달 초 LG화학은 임직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AI 분석 설루션인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CDS) 플랫폼을 도입했다. 코딩이나 분석 관련 전문 역량이 없는 임직원도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업무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CDS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는 동안 RO멤브레인 생산 공정의 최적화 조건을 도출해 최상위 등급의 염제거율을 갖춘 제품의 생산 비율을 4배 이상 높였다. 또 배터리 분리막 제품의 품질 개선점을 이틀 만에 찾아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계약서를 자동으로 검토하고 수정하는 AI 계약검토 설루션을 도입했다. AI가 데이터화돼 입력된 표준양식, 문구, 회사의 주요 원칙 등에 기초해 분석한 후 대안 문구까지 제시한다. 

LG화학 측은 이 AI로 계약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 30%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무 시스템에는 단순 업무 자동화,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과 연계된 AI 기반 챗봇, 사내 용어까지 최대 24개국어로 번역해주는 인공지능 번역기 등을 적용 중이다.

롯데케미칼 대전 종합기술원.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전 종합기술원.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최근 데이터 기반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기초소재사업과 첨단소재사업에서 별도의 AI조직을 신설했다. 

기초소재사업 부문에서는 대전 종합기술원에 'AI솔루션팀'을 신설했다. 기존 관련부서에서 담당하던 AI 업무를 통합하고,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법 등을 활용해 ▲제품 물성 개선 ▲촉매 특성 예측 ▲시뮬레이션 기반 반응기 설계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첨단소재사업은 제품 개발, 생산, 글로벌 공급망 등 사업 전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식별하는 전담 조직인 'AI 추진사무국'을 신설했다. 문제에 대해 AI 기반의 해결책을 개발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제품 품질을 향상한다.

롯데케미칼은 AI 추진사무국을 통해 예측 설비유지보수, 최적 소재조합 시뮬레이션 등 현장에 필요한 AI기술을 도입해 스페셜티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중앙연구소. [사진=한화솔루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중앙연구소. [사진=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 초거대 AI 구축…금호석화는 차세대 ERP 도입

한화솔루션은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최근 초거대 AI인 하이퍼스케일 AI를 개발 중이다. 신소재 개발을 위해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1억개 이상의 화학식을 수집해 하이퍼스케일 AI에 학습시켰다. 

하이퍼스케일 AI는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소재 후보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예측해 상업화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AI 활용 시 물질 조합 구성과 비율 등에 따른 예측 정확도를 7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환경 기반 R&D 전문 검색 플랫폼을 출원했다. 2022년 11월 한화솔루션이 선보인 'AI 테크 센싱 플랫폼'(AI TSP)은 대외적으로 공개된 논문, 특허, 보고서와 내부 연구 개발 현황을 결합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금호석유화학은 머신러닝과 AI 기술 사용에 최적화된 차세대 ERP를 올해 본격 가동한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2월 기존 ECC 6.0를 SAP의 차세대 ERP인 S/4HANA로 전환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이번에 도입한 S/4HANA는 인메모리(In-Memory) 플랫폼 SAP HANA를 기반으로 하는 최신 SAP ERP 시스템이다. 지능형 자동화, AI, 머신러닝, 고급 분석 등의 기능을 갖췄다.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일상적인 비즈니스 업무 또한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은 부서별로 흩어진 정보와 계열사별로 나뉜 정보를 통합해 관리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등과의 IT 인프라 통합으로 시너지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굿모닝경제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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