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디지털 역량 수준 70% 못 넘어, 고령층 54.5%로 가장 낮아
국민의힘, 22대 총선 공약으로 ‘디지털포용법 제정’ 내걸어
국회엔 강병원‧박성중 발의 ‘디지털포용법’ 계류 중이지만 3년 넘게 낮잠
부처간 이견도…과기정통부 “신속히 제정”, 행안부 “수용 어렵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12일 기업, 관련 단체 등과 손잡고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자는 내용의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캠페인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 디지털 약자 배려 캠페인에 참여한 세븐일레븐. [사진=서울시 제공/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해 4월12일 기업, 관련 단체 등과 손잡고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자는 내용의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캠페인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 디지털 약자 배려 캠페인에 참여한 세븐일레븐. [사진=서울시 제공/연합뉴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 곳곳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디지털 격차 문제가 사회적 해결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디지털포용법’ 제정 필요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일상생활의 편리함이 크게 향상되고 있지만,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이 같은 디지털 기술 격차가 개인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켜 계층 갈등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대응책 중 하나로 제시된 ‘디지털포용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국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4월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디지털포용법 제정이 총선 공약으로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이미 21대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포용법’도 3년 넘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박성중‧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각각 발의한 ‘디지털포용법’ 2건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잠들어 있다. 

◇ 취약계층 디지털 역량 수준 70% 못 넘어, 고령층 54.5%로 가장 낮아 
    국민의힘, 22대 총선 공약으로 ‘디지털포용법 제정’ 내걸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 디지털정보격차 보고서’를 보면 일반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일반국민 대비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2020년 60.3%, 2021년 63.8%, 2022년 64.5%로 70%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 가운데 디지털 역량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은 고령층으로 54.5%였다. 장애인의 디지털 역량 수준도 75.2%에 그쳤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22대 총선 ‘디지털 격차 해소’ 공약에 ‘디지털포용법 제정’을 포함시켰다. 

국민의힘은 “디지털과 AI를 이용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커다란 불편을 겪게 되나 어르신, 장애인, 농어촌 등의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큰 편”이라며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어려워 주문도 못하고 매장에서 나오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포용법을 제정해 디지털, AI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과 활용을 전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디지털 정책과 관련된 법으로는 ‘지능정보화 기본법’이 있다. 앞서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은 2009년 정보화촉진기본법과 함께 국가정보화 기본법으로 통합됐다. 이후 2020년 국가정보화 기본법이 전부개정되면서 지능정보화 기본법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지능정보기술‧서비스 등의 개발‧확산 촉진과 지능정보화 기반 구축 등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하는 법이다. 하지만 정보격차해소 시책의 마련 등에 관한 단편적인 규정들만 명시하고 있어 디지털 격차 해소를 통한 ‘디지털 포용 사회’ 목표 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진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국회엔 강병원‧박성중 발의 ‘디지털포용법’ 계류 중이지만 3년 넘게 낮잠
    부처간 이견도…과기부 “신속히 디지털포용법 제정”, 행안부 “수용 어렵다”

이에 체계적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별도의 법안 제정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강병원 의원이 2021년 1월 디지털포용법을 대표발의했고, 한 해 뒤 박성중 의원도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법안에 국무총리 소속 디지털포용위원회 설치, 디지털역량교육 시책 마련 및 시행, 디지털역량 함양을 위한 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명시했다.

박 의원의 법안에는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접근성 품질인증 제도, 디지털 포용기술 서비스의 발전과 이용 활성화를 위한 기술‧서비스 표준화 등과 관련된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과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된 이후 실질적인 법안 심사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디지털포용법이 다시 발의되더라도 부처 간 이견 해소가 선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방위 김건오 수석전문위원의 박 의원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디지털포용법 제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과기정통부는 “해외 각국은 국민의 디지털 이용·활용 능력이 국가의 근간이 될 것으로 보고 ‘디지털 포용’을 핵심 정책 의제로 선정했다”며 “국내에서도 디지털 심화 시대에 직면해 디지털 포용 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범정부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주요 정책과제 등을 제시할 수 있게 신속히 디지털포용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기획과는 법안에 대해 “제정안과 지능정보화 기본법과 내용이 동일하며 분법의 타당성이 없으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굿모닝경제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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