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 연내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인 콘솔/PC MMORPG
모바일 의존도 높은 엔씨, TL 앞세워 매출 다변화 노려
미국서 리니지 실패 겪은 엔씨…TL로 서구 시장 재도전
확률형 아이템 아닌 새로운 BM으로 성장곡선 기대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엔씨소프트 TL. 초기화면. [사진=엔씨소프트]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엔씨소프트 TL. 초기화면.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올해 최대 기대작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TL)’를 통해 플랫폼 매출 다변화와 서구권 시장 공략,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 등 숙원 과제 해결에 나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지난 24일 TL의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TL를 출시한다는 목표로 막바지 개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엔씨는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얻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개발 과정에 적용해 출시 전까지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TL은 엔씨가 2012년 블래이드&소울 이후 약 11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IP(지적재산권)다. 애초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으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 일정까지 미룰 정도로 엔씨가 힘을 싣고 있는 PC/콘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엔씨는 TL 출시로 실적을 반등시키는 동시에 모바일 중심 매출 구조를 PC와 콘솔로 분산시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엔씨는 지난 1분기 매출 4788억원, 영업이익 8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3%, 3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2% 늘었지만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67% 줄었다.

또 엔씨의 1분기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9%(3308억원)에 달해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게임들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면서 “올해 초 같은 장르의 넥슨 ‘프라시아전기’,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등 경쟁작들이 쏟아지면서 모바일 게임 경쟁이 더 치열해져 매출과 수익성을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넥슨 같은 경우 모바일뿐만 아니라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등 PC 라이브 타이틀의 매출이 뒷받침을 하면서 1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엔씨도 플랫폼별 매출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게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구조에 대한 문제를 엔씨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 관계자는 “PC와 콘솔로 개발되는 TL이 성공한다면 모바일 매출 의존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TL의 안정적인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TL' 비주얼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TL' 비주얼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엔씨는 또 TL을 앞세워 적지않은 실패의 경험을 안겨준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엔씨는 2001년 PC 리니지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10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2011년 결국 철수했다. 2018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리니지2 다크 레거시’ 역시 미국에는 선보이지 못했다.

엔씨는 오랜 준비 끝에 2021년 리니지W를 출시하면서 미국 시장까지 공략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엔씨의 지난 1분기 지역별 매출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매출이 3037억원으로 압도적인 가운데, 아시아는 994억원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북미와 유럽는 333억원에 그쳤다.

엔씨가 TL을 PC와 콘솔용으로 개발하는 것도 콘솔 게임 시장이 주류를 이루는 서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다. 북미와 유럽은 콘솔 게임 시장점유율이 각각 39.4%, 39.6%로 게임플랫폼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엔씨는 과거 리니지의 서구 시장 공략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한국형 MMORPG의 스토리라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구권 게임들은 하나의 거대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퀘스트 수행이나 이용자와의 협력을 강조한다”며 “반면 한국 MMORPG는 단순 반복 사냥과 개인 캐릭터 레벨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등 서구권 게임들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엔씨는 서구 유저 취향에 맞는 세계관과 스토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베타 테스트에서도 세계관과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는 ‘코덱스(Codex) 플레이’를 제공하며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앞서 엔씨는 지난해 9월 TL 스토리 맵 페이지를 통해 개발진 인터뷰와 함께 TL의 세계 속 이야기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플레이 노벨(PLAY NOVEL)을 연재하기도 했다.

엔씨는 글로벌 이용자의 선호도와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고려해 PvP(플레이어 간 대결)와 PvE(플레이어와 몬스터 대결) 콘텐츠 비율이 적절히 어우러지도록 게임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TL 비주얼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TL 비주얼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엔씨는 또 TL을 통해 새로운 BM을 만들 계획이다. 규제의 타깃이 되고 있는 확률형 아아템 등 기존 주력 BM인 P2W(돈쓰는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베타 테스트에서 이례적으로 유료상품 등을 포함한 BM을 적용시키며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P2W는 이용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강화를 위해 과금을 유도하는 BM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아이템 생성과 강화에 확률을 설정해 일정 과금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엔씨는 2021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해 유저들에게 높은 과금을 유도했다며 비판을 받았다.

이후 유저들은 리니지 불매운동은 물론 판교 엔씨 사옥에서 트럭시위를 벌이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엔씨는 떨어진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확률 공개와 향후 출시될 신작들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엔씨는 그동안 TL BM과 관련 한국 유저는 물론 글로벌 유저들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 새로운 BM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TL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보편성을 감안한 BM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기존에 초반 매출이 집중되는 모바일 게임의 매출커브(curve)와는 다르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L 개발 총괄 최문영 PDMO(수석개발책임자)도 이번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TL에 관해 가장 큰 우려를 하는 지점이 BM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도 가장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TL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타 테스트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와 의견을 바탕으로 정식 서비스를 통해 완성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며 “다만 현재까지 준비했던 BM 상품들 중 의도적으로 숨겨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김재훈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