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다소비 업종, 지방 발전원 인근으로 이전 전력 소비 분산”
“인센티브 발굴 기업 유치”,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유인책될까 
“분산 편익은 정말 존재하나” 회의론도 제기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지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지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력 수요의 수도권 편중으로 인한 지역 간 전력 불균형 문제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도 효율적인 에너지 분산 정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대안으로 ‘에너지 수요 분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수요 분산 정책’이 수요지 인근 발전소 설치 등과 같은 공급 중심의 정책보다 에너지 분산에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은 현재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전력 다소비 업종인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 대형 산업시설을 지방의 대형 발전원 인근으로 이전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송배전망 건설로 인한 비용 절감, 대형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기업 이전으로 일자리 창출과 국토균형발전 효과는 물론 전기요금 인상 억제와 기업 경쟁력 확보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특화된 다양한 인센티브를 발굴하고 데이터센터(IDC) 클러스터 조성 등과 같은 구체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책정’ 제도가 기업의 이전을 촉진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을 두고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어 관련 정책 마련 시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데이터센터 전국 146개 중 86개 수도권에 집중
   “전력 다소비 업종, 지방 발전원 인근 이전 전력 소비 분산”

국회에서 에너지 분산 정책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전력 소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에너지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전력 발전소의 대부분은 지방 해안가 근처에 위치해 있고,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지역으로 에너지를 송출하는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으로 가동되고 있다. 

지방의 전력 자급률은 부산 191.5%, 전남 184.7%, 경북 183.9%이다. 반면 수도권은 경기도가 62%, 서울이 11.3%에 그친다. 

그동안 대형발전소 건설은 물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통로인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환경단체 등의 반발은 사회적 갈등 요인이 돼왔다. 

이같은 고민에 따라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만들었고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원거리에 위치한 대규모 발전소 대신 소비 지역 인근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추가 설치해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장거리 송전 방식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방식에서 벗어나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이룰 수 있다는 목적도 반영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공급 측면에 맞춰져 있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 분산’을 위한 정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현재 전력 소비량이 많은 시설을 지방의 대형발전소 인근으로 분산시키는 수요 분산 정책을 일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내에서도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활성화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전력 다소비 업종들을 지방 발전원 인근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국 146개 가운데 58.9%인 86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전력 소비를 대형발전소가 위치한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면 분산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국내 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또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국민갈등을 예방하고, 지방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방소멸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큰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리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고리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 “인센티브 최대한 발굴해 기업 유치”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유인책 될까 
    “분산 편익은 정말 존재하나” 회의론도 제기 

기업의 지방 이전이 쉬운 선택이 아닌 만큼 실효성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 이전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은선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지역에 특화된 인센티브를 최대한 발굴해 기업을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역형 스마트 IDC산업 클러스터 모델을 만들어가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지방에 클러스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민간기업도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관심과 관계 부처의 보다 적극적인 유치 지원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포함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책정’ 제도를 기업 유치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별법은 전기 판매자가 발전소 유무‧송배전 비용 등에 따라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울산에서는 차등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의 전기료가 저렴해지면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기업 유치, 수도권 기업의 지역 이전 등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등요금제로 기업 지방 이전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 언론 칼럼에서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이 수요를 전원에 가까운 지역으로 옮길 수 있게 유인 작용을 할 수도 있지만 장거리 송전 비용의 절감 부분이 배전망 구축비용으로 상쇄돼 실제 요금에 큰 차이가 없는 등 편익이 크지 않다면 수요 이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정책 당국은 공급 측면 뿐 아니라 수요 측면의 분산에너지 정책도 함께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으로 거둘 수 있는 편익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정책 논의 시 이와 관련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회 토론회에서 “분산 편익은 정말 존재하나”라며 “시설의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 송전망과 연결을 시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고립된 구역이 되는데 전기 소비자가 이런 위험을 감당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전력거래소가 감시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발전원을 건설하고 그 인근에 수요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라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김희원 기자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